버티기와 나아가기
프리랜서의 특권으로 평일 오전부터 프리랜서로 일하는 동료이자 동기를 만났다. 동기의 졸업논문을 받고, 나의 샘플 일부가 논문 완성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과 논문 자체를 완성한 동료에 대한 찬사를 서로 나누었다. 다시 생각해도 리스펙!!
천천히 음식 먹고 커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이 많지 않다는 것... 솔직히 거의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강조하고 싶지도 않다. 어느 업계나 마찬가지일 것이고 너무 자명한 사실이라서 말이다.
그런 것보다 좀 더 현실적인 고민들... 언제 들어올지 모를 하루의 통역을 위해 한 달... 일주일... 심지어 일주일에 하루뿐이라 해도 고정된 스케줄을 잡기 조심스럽다는 고민. 너무 공감되어 소름이 돋았다.
항상 그렇다.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하루 전날 갑자기 통역을 부탁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무엇 하나 통역 아닌 일을 잡아두기 조심스럽다. 이와 동시에 뭐라도 고정 수입을 만들어두고 싶은 불안함도 공존한다. 매일 같이 알바 사이트와 통번역 관련 플랫폼과 취업 사이트를 살피며 통역 기회를 찾고 있는 우리에게 기회 한 번은 너무나도 소중하기 때문에, 그 외의 일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내가 요즘 하는 고민이 하나 더 있다.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번역을 계속하느냐, 번역 하나를 덜 하더라도 통역 연습할 시간을 늘리느냐 하는 고민. 번역을 완전히 손놓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 종일 번역을 하는 날에는 이렇게 눈 앞의 일들만 쳐내는 것이 과연 능사인가 싶다. 번역 하나를 거절하더라도 내 공부 시간을 유지하고 테이킹 연습, 동시통역 연습을 하는 것이 현명한 것은 아닐까. 그렇지만 프리랜서에게 한 번의 제안, 한 번의 의뢰가 소중하기 때문에 그 기회가 번역이라 해도 오늘의 거절로 인해 다시는 이 회사에서 연락 올 일이 없을 것 같은 불안함도 커 실제로 거절이 쉽지 않다.
과연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지금보다는 나았을까, 이제 막 업계에 발을 들인 나에게 기회가 많이 있었을까, 혹시 코로나가 아니었더라도 난 프리랜서 1년 차를 이렇게 고민에 고민, 불안에 초조함을 느껴가며 버티지는 않았을까.
항상 힘내고 긍정적으로 버티려고 노력하지만 마음 한 곳에 항상 자리 잡고 있는 고민들이다. 이런 고민들에 대해 동료와 함께 이야기하다 보니,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가 있다는 생각에 위로도 되지만 동료‘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그런 와중에도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이런저런 실천을 하는 동료를 보며 자극을 받는다. 그리고 나도 열심히 ‘노력하며’ 버텨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