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안돼요.
통역 관련 협의를 하다가 통역료 협상 단계에 갔다. 상대방은 통역 에이전시였는데 통역사님의 요율을 조심스레 물었고 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상대가 통역 에이전시인 만큼 알만 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요율을 말했다.
“어휴... 조금 DC는... 안되실까요?”
정확한 금액을 여기에 쓸 순 없지만 터무니없는 가격은 결코 아니었다. 적어도 통대 다니며 들었던 통역사의 요율이었고 내가 말한 요율보다 비싼 요율도 많을 줄로 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저 통역을 못하게 될 것 같다. 담당자가 확정되면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실망이 역력한 목소리를 들어 버렸기에, 기대는 안 하고 있다.
통역을 하러 나갈 때 직전까지 놀다가 시간 돼서 통역을 나가는 것이 아니다. 그 어떤 통역사도 자기 언어 실력만 믿고 떨레떨레 통역을 하러 나가지 않는다. 내가 말한 요율이 진짜 통역을 하는 시간으로만 따지면 너무 비싸게 들릴 수 있겠지만, 그 통역을 위해 공부하고 준비하는 시간도 사실 다 포함되어 있는 것 아닐까. 요즘은 자료 없다는 건 핑계로 들릴 만큼 볼 수 있는 자료, 봐야 하는 자료도 많기 때문에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한 준비가 가능한 상황. 그렇기에 아무리 한 시간짜리 통역이어도 적어도 이틀 전부터는 배경 지식을 훑고 예상 용어들을 정리하게 된다.
통역 의뢰 전화를 받고 너무 기뻤지만, 요율에서 너무나도 티 나게 실망하는 목소리를 듣고 나 또한 실망했다. 정말 열심히 준비하는데... 한 번의 통역을 위해 온갖 준비를 다 하고, 그래서 정말 자신 있게 할 수 있는데... 절대적인 통역 요율만 많고 적음을 잰다는 것이 너무 아쉽고 속상했다. 무슨 왕 대접을 해달라는 것이 절대 아니라, 나의 노력이 그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