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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Jul 28. 2020

친구와 남편 흉을 보는 이유

 결혼하기 전에 가끔 결혼한 친구나 언니들을 만나면 그렇게 남편 흉을 봤다. 그걸 들으면서 자기 남편 흉보는 건데 결국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했다. 사실 흉이래 봤자 코를 너무 곤다, 양말을 뒤집어 놓는다 뭐 흔한 생활 습관 차이에 관한 것들이긴 했지만...

 그런데 내가 결혼해보니 알겠다. 친구하고 남편 흉을 보는 것, 특히 똑같이 결혼한 친구와 서로 남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은근 기분 전환(?!)이 된다. 기분 전환이라고 하니 약간 남 욕 하면서 스트레스 푸는 느낌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일단 남편은 남이 아니고 남에게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의 흉은 사실 애교 정도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내가 ‘오빠 잘 때 이를 너무 갈아ㅜㅜ’ 하면 친구는 ‘말도 마. 우리 오빠는 코를 너무 골아’ 이런 식이 되는데,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보면 ‘아... 결혼을 하면 둘 중 하나는 피할 수 없는 것이구나...’하고 약간 위안과 이해가 된달까... 이건 단적인 예지만, 다른 이야기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생각해보면 예전에 결혼한 친구들이 나에게 남편 흉을 봤던 것도 어쩌면 ‘내 남자 친구도 그래~’ 이런 공감을 원했던 걸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남편과 남자 친구의 심리적 지위는 너무나도 달라 당시 나는 그 친구들의 이야기에 충분한 공감을 해주지 못한 것 같다. 지금이라면 잘해줄 수 있을 텐데...

 그래도 누군가에게 투덜대며 털어놓을 수 있는 정도의 흉이라면 사실 그중 절반은 남편에 대한 애정이고 이런 귀여운 남편이 있다는 자랑 아닌 자랑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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