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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Jul 29. 2020

혼자 먹는 점심

 스스로 자율적이고 잘 챙기며 산다고 생각하는데도 혼자 먹는 밥은 제대로 하지 않게 된다. 저녁에 남편과 같이 먹는 식사는 귀찮고 잘 못해도 요리를 해보려고 하고 토스트를 먹더라도 예쁜 접시를 꺼내는데, 혼자 먹으면 접시 따위 없고 우유 컵 위에 구운 토스트를 올려놓곤 한다.

 매일 대충 때우다가 건강이 걱정되는 날은 뭔가 제대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마다 내가 찾는 곳이 우리 동네 한 도시락집이다.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도시락 가게가 아니라 개인이 하는 도시락집인데 매주 메뉴가 달라진다. 가격도 사실 저렴하진 않지만 양이 많은 편이다.

 디엠으로 픽업 예약을 해두고 점심시간이 되어 가게에 갔다. 언제나처럼 웃으며 맞아주시는 사장님. 방금 만든 도시락을 들고 집에 왔다. 가져온 도시락을 하나씩 펼치고 수저를 챙겨 앉았다.

 혼자 ‘집에서’ 먹으려니 괜히 새삼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번역하는 날이 많았기 때문에 혼자 집에서 점심 먹는 날이 많았는데 대충 때우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혼자 먹는데 차리는 시간을 오래 들이는 게 귀찮기도 했고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오늘 야무지게 챙겨 먹고 나니 배도 부르고 뿌듯했다. 밥을 먹은 것뿐인데 뿌듯한 기분이 들다니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느긋한 점심시간은 이렇게 즐기는 거구나 싶었다. 열심히 일한 내 몸을 챙겨주고 알아준 기분. 오후에 또 열심히 할 에너지를 충분히 챙긴 기분. 그리고 이렇게 밥을 잘 챙겨 먹고 나니 식사 후에 쉬는 시간을 그렇게 길게 가지지 않아도 충분히 휴식을 한 기분이었다. 원래 대충 점심을 먹고 나면 소파에서 뭉그적거리는 시간을 좀 갖는데 오늘은 좀 가뿐했다.

 프리랜서는 이런 것도 생각해야 하는구나. 혼자 일하고 스스로 챙겨야 하니, 밥도 스스로 신경 써야 하는 부분 중에 하나다. 오늘의 느낀 점은 꼼꼼히 수금하듯이 내가 먹는 식사도 꼼꼼히 챙겨 먹어야겠다는 점. 제대로 챙겨 먹어보니 나를 위한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물론 오늘은 사 온 것을 펼치는 것뿐이었지만;;;) 시간 낭비나 쓸데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 나를 충분히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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