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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Jul 30. 2020

여름날의 독서

 한동안 문을 닫았던 도서관이 지난주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 가야지 가야지 생각만 하고 지난주 약속이 많고 날씨가 좋지 않다는 핑계로 오늘에서야 갔다. 손 소독을 하고 체온을 재고 방문 기록을 남긴 뒤 종합자료실로 들어갔다.

 다 제자리였는데 오랜만에 오니 새로 개관한 새 도서관 느낌이었다. 책과의 인연을 좋아하기 때문에 별도로 검색은 하지 않는다. 꼭 찾아 읽기로 마음먹은 책이 아니면 조용히 서가를 돌아다니다 눈에 밟히는 책을 고른다.

 우연히 지나간 여행책 서가는 뭔가 서글픈 느낌이었다. 가지런히 꽂힌 각 나라별 여행 가이드북이 특히 그랬다. 마치 할 일을 잃은 백수의 느낌.

 역사 서가은 오늘 별로 당기지 않았다. 가장 좋아하는 일본 문학 서가도 오늘은 왠지 눈에 띄는 것이 없었다. 신간 서가를 지나다가 내가 좋아하는 ‘음식’과 ‘번역’이 모두 제목에 들어간 구미가 확 당기는 책을 발견하고는 바로 집어 들었다.

 그리고 또 방황하다가 결국 스테디셀러 서가로 간다. 남들이 안 읽은 보석 같은 책을 찾는 것도 기쁘지만 남들이 많이 보는 데는 또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으로 스테디셀러 서가를 찾는다. 언젠가 읽어본 적 있는 것 같은 신경숙의 소설을 집어 들었다. 분명 읽은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주인공도 생각이 나지 않아 다시 읽기로 한다. 소설을 하나 집었으니 에세이도 하나 고른다. 사노 요코의 에세이 중에 아직 읽지 않은 걸로 한 권. 그리고 그림이 귀여운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 또 하나.

 도서관 올 때마다 이렇게 욕심을 부린다. 그래도 요즘은 자주 오기 쉽지 않으니 욕심 조금 부려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도서관 정문을 나서니 어느새 날씨도 맑아지고 있었다. 날씨가 맑아지니 갑자기 드는 생각. ‘역시 도서관은 시원하구나...’ 그리고 갑자기 냉장고에 남편이 넣어둔 상콤한 카프리썬이 생각났다.

 신간 만화책 빌려가는 기분으로 신나게 집에 가서 선풍기를 틀고 카프리썬 하나 손에 쥐고는 소파에 앉아서 잠깐 눈을 감았다. 밖에서는 놀이터 아이들 소리와 함께 매미 소리가 들린다. 정말 여름이 온 느낌. 이 느낌을 친구와 공유했더니 옥수수에 수박만 있으면 딱이라고. 겨울에 이불속에서 읽는 책만큼 맛있는 여름 선풍기 아래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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