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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Jul 31. 2020

떡볶이 예찬

 나는 자타 공인 떡볶이 킬러. 떡볶이 안 좋아하는 여자 없다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많이 좋아하는 편에 속한다고 자부(?!)한다. 내가 떡볶이를 좋아한다고 하면 떡볶이 맛에 무척 까다로울 것 같지만 사실상 떡볶이에 있어서 만큼은 박애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관대하다. 심지어 떡볶이의 경계를 넘어 어떤 음식에든 ‘떡’을 넣으면 다 맛있을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

 영양적인 측면에서는 빵점이지만, 정신적인 측면에서는 백점인 영혼의 닭고기 수프 같은 음식. 급식에 반찬으로 떡볶이가 나올 때면 마치 밥에 반찬으로 또 밥을 먹는 느낌이었지만 입안 가득 고소한 쌀맛이 맴돌면 그 순간만큼은 정말 먹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다. 질겅질겅 떡을 씹는 동안은 꼭 스트레스도 풀리는 것 같다.

 난 먹는 양이 많은 편은 아닌데 떡볶이만큼은 남들 혹은 남들 이상으로 많이 먹을 수 있다. 아마 뇌에서 떡볶이가 들어간다고 신호를 주면 위가 좀 더 힘을 내서 공간을 만드는 것 같다. 떡볶이를 해주겠다고 날 초대한 친구가 다 먹고 뭔가 아쉬웠다고 하는 내 반응에 놀라기도 했다. 떡볶이라면 난 최소 1.5인분 은 먹을 수 있나 보다.

  우리 동네에 새로운 떡볶이집이 생겼다. 원래 있던 떡볶이집이 사라지고 다른 떡볶이집이 생겼다. 떡볶이에 관대하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맛있게 먹었다. 떡볶이를 먹으면서 모처럼의 금요일 만찬으로 나를 위해 같이 떡볶이를 먹어주는 남편이 고맙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떡볶이가 ‘완전식품’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요즘은 떡볶이가 하도 고급화가 돼서 작정하고 먹으면 둘이서 돈 삼만 원 나오는 건 우습다. 그런 것 말고 긴 시간 뭉근하게 끓이면서 ‘이천 원어치 주세요’하면 비닐로 싼 그릇에 두툼한 쌀떡과 역시 두툼한 어묵 두어 개를 담아주는 그런 판 떡볶이가 그립다.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이유가 없듯이, 떡볶이를 좋아하는 이유도 있을 수 없다. 굳이 말하자면 ‘맛있어서’. 뭐가 어떻게 맛있고 맛이 어떻고 이런 건 모르겠다. 그냥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음식. 오늘 저녁으로 먹었지만 지금 이 일기를 쓰면서도 또 먹고 싶은 너란 음식은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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