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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오온천에서 즐기는 유리병 우유 한 잔

다케오 온천(武雄温泉)에서 찾은 온천욕의 묘미

by DANA

비오는 날 차 한 잔까지 했으니 이제 슬슬 온천으로 향한다. 평소 대중 목욕탕을 그다지 즐기지 않기 때문에 일본 온천 여행에 대한 낭만은 전혀 없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다케오 온천은 JR다케오온센역에서도 별로 멀지 않아 걸어서 이동이 가능하다. 다케오 도서관과 다케오 신사가 있는 방향과는 반대쪽이다.


표지판을 따라 조금 가다보면 사진에서 많이 본 다케오온센 로몬(武雄温泉楼門)이 나온다. 처음에는 다케오에 여러 온천들이 있어 온천장 하나를 골라 가야하는 줄 알았는데, 료칸에 머무르며 그 안에 있는 온천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면 이 곳에서 온천을 즐기는 것이다.


다케오온센 로몬 앞에는 웬 고양이가 그렇게 많던지,, 온천 들어가기 전/후에 고양이 구경에 푹 빠졌다. 가지고 있던 휴대용 사료가 조금 밖에 없었는데, 그것마저 나눠먹는 모습을 보고 더주지 못해 아쉬웠다. 지나가는 관광객들과 동네 주민들도 이 고양이들을 아주 예뻐하는 모습이었다.


입구에는 티켓 판매기가 따로 있기는 한데, 맞은편 창구에 어차피 판매기로 산 티켓을 아주머니께 제출해야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창구에 있는 아주머니께 입장 안내를 받는 것이 편하다.


티켓 판매기 위에는 현재 온천의 온도를 표시하고 있는데, 온탕(ぬる湯/누루유)와 열탕(あつ湯/아츠유)의 온도차가 별로 없다. 탕 종류는 전통탕(元湯/모토유)과 현대탕(蓬莱湯/호-라이유)이 있고 티켓 가격은 둘 다 400엔(성인기준)이다. 우리는 전통탕으로 입장했다.


티켓을 사서 뒤편에 있는 창구 아주머니께 내고 수건 가격에 대해 물었다. 수건은 큰 타올과 작은 타올 한 세트로 400엔에 대여해 주고 얇고 작은 수건에 다케오 온천 로몬이 그려진 기념 수건을 장당 250엔에 판매하고 있다. 우리는 그래도 기념으로 수건을 남겨오자 싶어 기념 수건 두장을 구매했는데, 그냥 수건을 대여해서 남편과 하나씩 나눠쓰고 올 걸 그랬다. 기념 수건은 걸레로 밖에 쓸 수 없을 정도로 얇다.


이제 입장을 한다. 들어가자마자 신발장이 있다. 이 신발장은 무료로 사용이 가능한데, 만일 로커 열쇠를 잃어 버릴 경우 1,800엔을 내야 한다. 그리고 탈의실로 들어가면 개인 로커를 또 사용하는데 이 곳은 100엔을 넣고 사용하고 추후 돌려 받는다. 그러니 100엔 동전을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탕 내부에 바디 클린저와 샴푸정도는 갖추어져 있다. 그 외에 개인 용품은 챙겨가면 된다.

본인은 뜨거운 곳에 오래 있으면 현기증이 나서 온천을 잘 즐기지 않는데, 이 곳에 왔던 사람들이 피부가 보들보들해진다는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허나 실제로 해보니 드라마틱하게 보드라워지지는 않는다. 남편은 꽤나 만족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평일에 방문할 것을 권한다. 평일에 가니 탕에 사람도 얼마 없어 온천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느긋하게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1시간 뒤에 남편과 로비에서 만나기로 하고 온천을 하러 들어갔는데, 뜨거운 것을 오래 견디지 못하다 보니 좀 더 일찍 나와 남편을 기다렸다. 어서 남편과 우유를 사먹고 싶었다. 탕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 자판기를 발견하고는 온천의 목적이 바뀌었다. 유리병 우유 말이다.


얼마후 남편이 목욕을 마치고 나와서 함께 우유를 마셨다. 남편은 우유를, 나는 불가리아 요구르트를 골랐다. 이 맛에 목욕하는 것 아닌가. (ㅎㅎ)

현대탕은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전통탕은 온천 내부에 윗 부분이 뚫려있어 더워서 못견딜 쯤 시원한 바깥 바람이 들어와 기분이 좋았다. 왠지 일본에서 온천하는 기분도 더 나는 것 같고 말이다. 정말 오랜만에 한 온천욕이었는데, 또 당분간은 즐길 일이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말을 안하고 가만히 탕에 들어앉아 있으면 내가 한국인인지 모르니 동네 아주머니들이 자연스레 말을 걸고 (ex. 뜨겁네요~ 같은 매우 간단한 대화;;), 또 기분 좋게 서로 웃어준다. 오랜만에 느낀 목욕탕 문화(?!)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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