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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리 도자기 마을, 오카와치야마

신비함이 남아있는 이마리 오카와치야마(伊萬里 大川内山)

by DANA

사가 여행 셋째날은 렌트카 여행이 되었다. 원래 계획에 없었지만, 이마리의 오카와치야마에 들러보고 싶다는 남편의 이야기에 급히 렌트를 하고 출발했다. 이번 렌트카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차를 빌리는 과정이다. 단돈 2,000엔에 소형차를 빌렸다. APA호텔 1층에 렌트카 회사 카운터가 작게 마련되어 있는데, 어느날 호텔 입구에 2,000엔에 렌트를 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문의했다.


차량은 구형 비츠(Vitz)였는데, 사실 차종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이 렌트카 회사에서는 외국인에게 보험 적용을 해주지 않는 것이었다. 따로 가입도 되지 않았다. 이 점이 계속 마음에 걸려 하루 전날 사가역 주변의 다른 렌트카 회사를 모두 돌아다녔는데, 12월 23일부터 연휴가 시작되는 바람에 남은 차가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이 렌트카 회사는 APA호텔 안에 있다보니 차가 남아있는 것이었다.


계속해서 마음이 불편했으나, 일본 렌트카 운전 경험이 꽤 많은 남편이기에 믿고 다녀오기로 했다. 가격도 다른 렌트카 회사의 반값이었고 결과적으로 무사히 근교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반값인 이유를 직원에게 물으니 중고차라서 약간 낡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험이 없는 일본 렌트카 운전을 추천하지는 않는다. 운전하는 내내 불안함이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처럼 급히 렌트카를 빌려야 하는 경우, APA호텔 1층의 렌트카 회사도 고려해볼 만 하다. 구글맵도 아주 친절하게 잘 작동하기 때문에, 사가 근교 여행은 렌트카가 있으면 더욱 즐겁다.


우리의 첫번째 목적지는 이마리(伊萬里)의 오카와치야마(大川内山)이다. 이마리까지 가는 길은 날씨가 오락가락이었다. 너무 맑아 신나다가도,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곤 했다.


비가 오다 그치기를 반복하다보니 무지개 선물을 받기도 했다. 어쨌거나 기분좋은 드라이브였다. 사가시에서 이마리 오카와치야마까지는 약 1시간이 걸렸다. 렌트카가 다 동이 났는데, 다들 어디로 차를 끌고 갔는지 모르겠다. 고속도로며 국도 모두 매우 한산했다.


오전 10시쯤 도착했더니 오카와치야마는 매우 조용했다.


본격적인 도자기 굽는 마을 구경 전에 눈에 띈 것은 수많은 무덤이었다. 나중에 보니, 이 오카와치야마에서 도자기를 만들던 도공들의 묘였다.

도자기 마을 답게 육교며 담벼락 곳곳에서 도자기를 볼 수 있었다.

오카와치야마는 나베시마(鍋島)의 영주가 아리타(有田)로부터 도자기 굽는 가마를 옮겨오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수준 높은 도자기 기술을 유지하고 지키기 위해 일부러 산이 험준하고 골짜기 깊은 곳에 자리를 잡고 도공들에게 도자기를 굽도록 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도자기는 장군이나 조정에 바치는 것들이었기에 일반인의 출입도 금했다.


흠집이 생겨 폐기해야하는 도자기도 아주 철저히 관리했다는 것을 보면 그 당시 이곳에서 생산된 도자기가 이들만 알고 지키고 싶을 만큼 높은 수준의 것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산으로 둘러쌓인 외진 곳에 위치해서 찍는 사진마다 산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인상깊었다.


날씨가 흐리지만, 한적하고 산책에 적당했다. 약간 쌀쌀한 날씨였는데, 그렇기에 우리의 렌트카가 더 소중하게 여겨졌는지 모르겠다.


이곳이 가장 핫한 포토 스팟인 도자기 가마가 들어선 골목길이다. 봄이면 아마 알록달록 예쁜 꽃들과 더 예쁘게 어우러질 것 같다. 우리가 갔을 때는 노오란 유자나무가 어우러져 그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 바쁘게 도자기 가마에 사용할 LPG 가스통을 운반하던 아저씨도 이 골목에 매우 잘 어울렸다.


너무 일찍 방문해서 아쉬웠던 점은 아직 문열지 않은 가게들이 많아 제대로 도자기 아이쇼핑을 하지 못한 것이었는데, 대신 조용히 우리가 사진 찍고 싶은 곳에서 오래 머물려 이런저런 사진을 담을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남편 어깨를 좀 가볍게 하면 좋을 것 같아 캐논 5D를 빼고 M10만 들고 갔는데, 돌아와서 사진을 보니 왜 매번 여행할 때마다 남편이 무거운데도 5D를 들고 가는지 알겠다.;; 다음부터는 남편이 5D를 가져가지 않는다고 해도 챙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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