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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Mar 25. 2020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글쎄.... 나는 글을 재미있게 못쓴다.

고등학생때 논술 선생님의 비웃음을 한 몸에 받았던 기억에

글을 쓰는데 두려움마저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써본다.


우리 아버지는 아흔이 넘으셨다,

십 년 넘게 파킨슨과 치매를 앓아오셨다.

제 멋대로 움직이는 손 때문에 식사를 제대로 하시기 힘들었고 아버지가 좋아하는 글을 쓰시는 것도 힘들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뭐든 다 하실 수 있다고 믿으셨다.

믿으신 것이라기보다는 요양원이 아버지를 가둬두고 있다고 하시는 것을 보면

아버지는 스스로 청년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알고 계신 듯하다.

게다가 내가 아이를 낳느라 회사도 제대로 못가고 승진도 누락되는 것을 알고 계신 아버지는

내 아이들을 직접 봐주시겠으니 걱정말고 공부하라고도 하신것을 보면 아버지는 지금도 청년과 같은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확실하다.  

화장실을 혼자 가시겠다고 하다가 침대에서 떨어질 뻔 한적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데 요 몇 개월 전부터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마저 볼 수가 없다.

계속되는 구역질에 몸무게가 많이 줄고 식사를 못하시다 보니 많이 위중해지셔서

요양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서 수액을 맞으시고 콧줄로 식사를 하신다.

그 콧줄로 인해 겨우 붙어 있던 이는 다 뽑혔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여전히 청년의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신다.

겨우 꽂은 콧줄을 뽑기도 하고,  꽂은 콧줄로 하는 식사시간에는 울부짖으신다.

이렇게 살 바에는 죽는 게 낫다고...


사실 요양병원의 중환자실의 식사시간은 내겐 충격적이었다.

식사시간이라는 간병인의 소리에 돌아보니 500ml 정도 되는 물병만이 카트에 있었고

식사시간에 맡을 수 있는 음식 냄새라고는 조금도 맡을 수 없었다.

식사시간은 너무나 고요했다.

평소 어르신들의 가래 끓는 소리, 우는 소리,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가득했던 병실이 너무나 고요해졌다.

초점 없는 눈빛의 어르신들의 침대는 상체가 살짝 올라가 있었고

링거 옆에 매달려있는 식사(?)는 콧줄에 이어져 어르신들의 위장으로 직접 들어가고 있었다.

우리 아버지는 그 시간을 싫어하셨다,

왜 내가 아기같이 이런 걸 먹어!!!!!

라고 하시면서 말이다.

콧줄을 자꾸 뽑아버리셔서 간호사들이 다시 꽂을 때는 아버지도 간호사도 힘들어했다.

그러면 안되는데 아버지 앞에서 난 오열을 하며 울어버렸다.

화만 내시던 아버지가 내 우는 모습을 보고는 같이 오열하셨다.  

그와중에 내가 회사를 제대로 잘 다니고 있느냐며 걱정은 잊지않으신다.

너무 죄송했다.


보호자들이 갈 때 외에는 아버지 비롯 거기 모든 분들이 천장만 쳐다보고 계신다.

욕창이 생길까 가끔 간병인들이 몸을 돌려주는 것 외에는 움직일 수도 없다.

아버지는 아버지 스스로 화장실을 가시는 게 소원이라고 하셨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방문이 제한되어 아버지를 못 본 지 꽤 되었다.

아버지가 보고 싶다.

맨날 입고 다니시던 오래된 남색 양복에 항상 타고 다니시던 녹슨 낡은 자전거..

관절이 안 좋으셔서 항상 구부러져있던 양쪽 무릎...

구멍 난 양말..


코로나 때문에 못 가기 직전 아버지께 갔을 때

화이트보드에 아버지 사랑해요 라고 써서 보여드렸다.

(아버지는 보청기를 껴도 소리가 안 들리신 지 꽤 되었다.)

맨날 화만 내시던 아버지는 사랑한다는 내 글을 보시고는 고개만 끄덕이셨다.


아버지께 받기만 한 막내딸.

모든 거 다 정말 죄송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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