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돼지는 다른 돼지들보다 유난히 더 뚱뚱했다.
허리띠는 그의 두꺼운 허리를 잡아주지 못하고 엉덩이 위쪽을 중심으로 해서 사타구니 위쪽에 겨우 걸쳐져 있다. 갈색 캐주얼화 뒷부분에 있는 주름은 아주 진하게 잡혀있고 뒷 축은 닳아있다.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는 체면을 중시하지만 혼자 있거나 가족들과 있을 때는 마구 흘리며 게걸스럽게 먹는다.
돼지는 자신과 걸맞지 않게 예쁘고 작은 거위와 결혼했다. 거위 아내가 한 번이라도 돼지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지 못하는 날이면
돼지는 자기 주제도 모르고 불 같이 화를 낸다.
그런 날은 거위는 돼지를 달래기 위해 집 앞 편의점에 가서 소주 한 병과 맥주 피쳐 한 병을 사 와야 한다.
그러면 돼지는 언제 화를 냈었냐는 듯 만족스럽게 소맥을 마시며 티브이를 본다.
거위는 그 모습을 보고 안도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돼지와 중매하던 당시를 회상하며 그때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