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실루엣

by 가면토끼




달빛이 창문을 타고 넘어와 어스름한 빛에 반사된 실루엣.

바스락거리며 살결에 부딪히는 크림색 이불.


사랑해서 느끼는 충만함이 아닌

사랑하기 때문에 느끼는 공허함이 공기를 가득 에워싸고 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마다 잔잔하게 흔들리며 부풀어 오르는 가슴이

더 이상 나를 향해 움직이지 않아 심연과도 같은 슬픔으로 빠져든다.


할 수만 있다면, 다시 너의 마음을 열어젖히고 나를 향해 고동치는 심장 소리를 듣고 싶다.


바람을 맞을 잎새 하나 없는 쓸쓸한 나무 한 그루 위에 미동 없이 앉아 있던 작은 새, 조용히 날아가버린다.

그제야 파르르 흔들리는 앙상한 가지.

사무치는 외로움에 흘리는 눈물을 누가 알아줄까.


네 품 안에서 흔들리던 나는 사라지고 없고, 등을 보이며 돌아누운 네게 저항하길 그만둔다.


부드러운 놀이에서 벗어나야지.


내게서 빠져나가는 무엇인가을 느끼며 나는 그대로 침대 위로 쓰러져 누웠다.

어느덧 아침이 되었고 기분 좋은 느긋함이 느껴졌다.


사랑은 보름달처럼 부풀어 오르다 터져버렸다.

신음이 벌어진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자 심장은 고통스럽게 타들어간다.

내 안의 열기는 이렇게 뜨거운데 내 안의 사랑은 말라죽은 듯했고,

차가운 공기마저 내 편을 거부한 채 지나간다.


광란의 절정에 다다르자 사랑이... 깨졌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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