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했을까.
너 아니면 안 되었던 순간들.
내 살결에 깊이 배어있던 너의 숨결들.
싱그러운 미소에 빠져 헤엄치던 모습들.
마지막은 너라고 생각했던 믿음들.
기억은 미화된다고 해.
심장이 피를 토하듯 절규하고,
눈물이 파도를 이뤄 시간을 삼키고,
외로움이 영혼까지 얼려버렸어도,
상관없는 일들이 되었어.
멈춘 시간 속에 붙잡아두었던 기억이
점점 희미해지고
희미해지는 기억들을 이어 붙이자
환하게 웃고 있는 네가 보여.
너는 나를 내일로 미루고 밀어냈지만
끝내 나는 널 떠나지 못했나 봐.
우리가 사랑하긴 했을까.
창틀에 방울방울 맺힌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며 두 발을 적시고 있어.
슬픈데 눈물이 나지 않고,
아픈데 아픔이 느껴지지 않아.
무뎌지는 감정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어.
영원히,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