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생각도 못했다. 남편과 며칠 전만 해도 겨울낚시를 이대로 끝낼 수 없어서 어디라도 떠나보자고 했던 게 엊그제 같았는데. 이 꿈같은 일이 일어났다. 불규칙적이던 생리주기 때문에 으레 그냥 늦어진다고만 생각했고, 산부인과에 갔을 때도 임신 반응은 음성이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내심, 실망이 컸다. 그렇게 임신은 내게 아직은 가깝고도 먼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 얽매이지 않으며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며 잘 지내는 편이었지만, 나이가 삼십 대 중반을 넘어가니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남편은 나를 다독여줬고, 그 다독임 속에서 주변 사람들은 끊임없이 나를 독촉했다. 인사말처럼 시작되는 '아기는?'이라는 대화는 숨이 턱 막히게 만들었다. 점점 나보다 늦게 결혼한 지인들, 친구들이 임신 소식을 알릴 때는 진심 어린 축하를 해줄 자신이 없어졌다. 축복 속에서 아기가 생겼다며 좋아하는 그들을 바라보면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내가 그렇게 속좁고, 이기적인 사람이었다는 사실에 스스로에게 더 실망했다.
임신에 대해 집착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집착 아닌 집착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땐 이제 그만 놓아줘야 된다는 생각으로 가득해졌다. 임신에 대한 생각을 적어서 스스로를 채근하지 않도록 다짐했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자고 나를 다독이는 연습을 했다. 남편도 '아기'보다는 우리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며 나를 따뜻하게 위로해줬다. 그렇게 아기, 임신, 육아, 출산에 대한 생각이 흐려질 무렵. 그것도 4년 만에,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던 아기천사가 왔다. 갑작스럽게.
두 달 가까이 시작할 기미가 없는 생리에 기분이 싸해졌다. 임신이거나, 자궁에 다른 문제가 있거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편이 출근하고 텅 빈 집에서 집에 있던 임신테스트기를 모조리 꺼내서 확인했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임테기를 나란히 진열해두고 붉은색으로 물드는 것을 본 뒤에 눈을 꽉 감았다. 쳐다볼 자신이 없어서 괜스레 다른 곳을 보며 딴생각을 했다.
미리 맞춰둔 알람이 울렸다. 띠리리. 요란하게 울리는 알람 소리가 들리자 눈을 살포시 떠서 바라봤다. 어? 어어? 어!? 그것은 명백한, 아주 선명한 두줄이었다. 내가,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임신이라니!
그리하여 이제부터는 낚시꾼 부부의 요절복통 임신일기가, 육아일기로 바뀔 때까지 써보려고 한다. 아직도 실감 나지 않는 임신 사실. 얼떨떨한 상태에서 난임부부였던 우리에게 찾아온 아기천사. 아가야, 우리에게 천천히 찾아와 줘서 정말 고마워! 너를 오래 기다려온 만큼 고맙고, 기특한 너에게 좋은 엄마 아빠가 되도록 조금씩 노력해볼게 :)그러니까 꽉 붙어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