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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쟁이김작가 Sep 04. 2021

코로나 뚫고 태어난 아들의 첫 생일

반짝반짝 빛나는 너의 모든 걸 사랑해

울 아들 첫돌 첫생일에 홈파티 하는 중

코로나둥이. 


우리 아들은 코로나를 뚫고 태어났다. 험난한 임신의 여정이었지만...(7주 차부터 시작된 폭풍 입덧은 아기 낳는 직전까지 이어졌다) 3.6킬로 54cm로 태어난 우리 아들이 이제 돌을 막 지났다. 나는 돌끝맘이 되었고 아들은 돌끝아기가 됐다. 공식적으로 엉아가 된 셈이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오지 않는 아기에 대한 그리움, 기대감, 실망감이 이어져 끝내 분노, 자책으로 이어졌다. 아기를 기다리며 남편과 매일 걸었던 만보 걷기는 지금 생각 보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함께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연애시절과 다른 느낌을 많이 받았다.


남편은 동갑내기 친구였고, 부리부리한 눈망울을 가진 사람이었다. 짙은 갈매기형 눈썹은 나를 만날 때면 실룩실룩 움직이곤 했다. 커다란 눈에 두꺼운 쌍꺼풀이 눈가의 주름으로 이어졌는데 웃을 때 반달 모양이 되는 남편의 눈웃음이 왠지 모르게 이끌렸다. 남편의 덧니는 추가 옵션.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들었던 생각은 우리의 모습을 반반 닮은 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 특히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눈웃음이 매력적인 아이였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그렇게 상상 속에서만 그리고 우리에게 찾아와 주길 바라던 아기가 왔을 때 남편은 많이 놀라워했고 나는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내 안에 생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벅찼고 어떤 형용사를 갖다 붙여도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이내 두려움도 함께 찾아왔지만. 내가 아이를 잘 낳아서 기를 수 있을까, 너무 부족한데 내가 과연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남편은 임테기를 들고 있던 내 손을 꽉 잡고 토닥여줬다.


동갑내기 부부, 취미가 낚시인 우리에게 찾아와 준 아기. 태어나자마자 아들을 안았을 때 뜨겁게 우는 신생아의 체온이 느껴졌다. 생명의 체온은 따스하고 무거웠다. 아이를 기다리며 보낸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고 나는 이내 차가운 수술방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아들의 신생아 시절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작고 소중했다. 그리고 안으면 부서질까 봐 조심조심했고 모유를 먹일 때도 온몸을 다해 먹는 아들의 작은 입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아들의 울음소리에 어디가 아픈 걸까 뭐가 필요한 걸까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비틀비틀거리면서도 아이를 달랬다. 백일 무렵에는 모세기관지염에 걸려 아이와 단둘이 병실에 입원해있던 적도 있었다. 그 일주일 남짓되는 시간 동안 나는 멘붕에 빠지기도 했다. 분수토를 하는 아들을 닦아주고 달래주고 아기띠에 안고 토닥토닥여주고 했던 기억들. 코로나 때문에 보호자만 있어야 해서 가족 모두가 걱정해줬던 기억.


그래도 그 이후부터는 건강하게 무럭무럭 별 탈 없이 잘 커주고 있는 아들. 그런 아들과 함께한 시간이 어느덧 1년이 되었다. 예전엔 돌잔치가 무슨 의미가 있나 아기 생일을 왜 저렇게 축복해주는 걸까 했었는데, 이젠 나도 아이를 낳아보니 알겠다. 단순히 아기 첫 생일이라서가 아니라 그 일 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잘 지내온 엄마 아빠를 위한 자리기도 하다는 걸 말이다. 코로나로 인해서 가족들 앞에서 다같이 축하할 수 없는 현실은 너무 아쉽다. 하지만 모두를 위해 조용히 보내는 것이 옳은 거니까.



풍선 갖고 노는 걸 좋아하는 너 :)
코로나를 뚫고 태어난 우리 아들, 밤쭈야!

첫돌을 소소하게 집에서 조용히 보내야 해서 미안해, 아가. 너의 첫생일은 세상에서 가장 멋있고 다같이 축하하는 자리였으면 했는데... 그럴 수 없는 현실이라 미안하고 사랑해! 지난 일년동안 무탈없이 잘 커줘서 너무 고마워! 네가 있으므로 인해 엄마아빠는 또다른 인생을 살게 되었어.

너로 인해 알게 된 행복이 뭔지, 너를 보면서 느끼는 이 감정들이 뭔지, 물론 너와 함께 있으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또 너로 인해 그 힘듦이 나아졌단다. 처음 네가 목을 가누던 날, 뒤집기를 하던 날, 허리를 세우고 앉아있게 된 날, 기어다니기 시작한 날, 소파를 잡고 걸어다니기 시작하더니 이제 혼자서 일어나고 걸어다니는 널 보면서 엄마는 너의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린 게 아닐까 하고 아쉬워지기 시작했어.

이제는 제법 엄마를 보면서 귀여운 행동도 많이 해주고 옹알이도 대화하듯이 해주는 네가 기특하고 장해. 엄마랑 아빠랑 손잡고 아장아장 걸어다니고 많이 보러다녀보자. 너에게 모든 걸 해줄 순 없겠지만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도록 엄마아빠가 많이 노력해줄게!

밤쭈야, 네가 세상에 태어나 1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어. 이제 제법 엉아티 많이 나는 너를 보면서 엄마아빠는 또 다른 도전을 해야하겠지? 네가 걸으면서 다칠 수 있는 상황도 더 많이 생길테고 말을 시작하면 네 앞에서 말조심도 하고 또 많은 걸 알려줘야할테고. 지금까지의 고생은 끝났고, 이제 새로운 고생이 시작된다고 주변에서 말하더라. 밤쭈야, 근데 엄마랑 아빠는 새로운 고생도 지금처럼 그래왔듯이 너와 함께 복작복작 재미있게 넘길 수 있기를 빌어볼게!

사랑해, 사랑해! 내 모든 걸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은 우리의 기적, 밤쭈야. 지금처럼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자라자. 다시 한 번 더 너의 일년을, 우리의 일년을 축복해! 축하해! 사랑해 이준아❤❤



사랑한다, 너의 모든 것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만큼. 우주의 모든 언어로도 너를 향한 이 마음을 다 쓸 수 없을만큼. 밤쭈야! 아니 이준아! 너의 반짝반짝 빛나는 모든 순간을 사랑해❤❤ 너의 첫 생일도 너무 축하해!


※ 우리 아들의 첫돌은 9월 2일이었답니다 :) 첫 생일을 집에서 보내는 소소한 홈파티로 만족해야했지만요 :)


핑크쟁이김작가

방송작가로 8년, 콘텐츠 에디터로 4년 도합 12년 넘도록 계속 글을 써오고 있는 초보 주부 겸 프리랜서 작가.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고 남편 밤톨군과 낚시를 하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중. 남편이 주로 낚싯대를 점검하고, 아내는 필요한 짐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 아주 오랜만에 아기랑 떨어져 낚시를 하고 온 이야기들을 엮는 중입니다! 아기가 좀 더 크면 같이 낚시방랑가족이 되는 게 꿈인 낚시꾼이에요 :)

핑크쟁이김작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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