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 2018년 마지막 주말 지촌리 빙어낚시

낚시꾼 부부의 취미생활

by 핑크쟁이김작가

2018년 마지막 주말

빙어낚시 명소 지촌리 두 번째 조행기


도시에선 빈둥거림이라 일컫는 그 시간이
우리에겐 충전의 시간마냥 꼭 필요하다
잔뜩 담고 있던 것들을 잠시 내려놓는 시간
우리에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시간이 필요하다

-<숲의하루> '겨울' 편에서



우리에게 충전의 시간은? 바로 빙어낚시!

또 다시, 지촌리

도시에서는 하기 힘든 것들 중

낚시를 그것도 빙어낚시를 좋아하게 된 건

아주 사소한 이유에서 비롯되었다


전쟁에 참전하는 용사의 마음으로

사무실이라는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며 투쟁하고 휴전하기를

반복하다 보니 남아있는 것은 분노와 악,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의 잔재들이었다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좋은 방법은

운동이기도 했고, 쇼핑이기도 했으며

때론 여행이기도 했다


2017년 추운 겨울의 어느 날,

작지만 역동적인 빙어의 움직임에 반해

빙어낚시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 낚시는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방법이자 우리의 활력소가 되었다


톱니바퀴처럼 딱딱 맞아 돌아가는

지겹도록 정직한 평일의 나날을 견디고

2018년의 마지막 주말 그와 함께

또다시 지촌리로 향했다


한 번 마음에 드는 곳은 꼭 다시 가보는

버릇이 있는데 지촌리는 그런 곳이었다

한 번만으로는 아쉽고 생각나는 곳

왔다 갔다 하기에도 편하고 좋은 곳이라

즐빙러들의 성지라 불리기도 한다


이번엔 집에서 느긋하게 나오느라

피딩 타임을 조금 벗어난 시간에 도착했다

이미 동트기 전부터 빙박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텐트들이 줄줄이 늘어서있었다


이번엔 지난번보다 더 든든하게 챙겨

채비를 하고 와서인지 짐이 정말 많았다

텐트를 혼자 치고 있는 그를 위해

차에서 짐을 하나씩 꺼내 옮겨다 놨다

남편표 신상 낚싯대와 신상 우주복의 조합

새로 만든 핸드메이드 남편표 낚싯대

낚싯대 상단 부분을 제외하고

초릿대를 따로 결합해 만들어 왔다

남편의 손 끝에서 새로 탄생한 낚싯대

친정부모님이 주신 커플 작업복과 잘 어울린다

마치 처음부터 한 세트였던 것처럼

처음 지촌리를 찾았을 때 아쉬웠던

빙어를 꺼내는 얼음 구멍 부분
구멍을 뚫고 주위로 가까이 갈 수 없었던

것이 못내 아쉬웠던 것을 보완해

단열재에 구멍을 딱 맞게 파내어 가져왔다

그의 손길이 닿아서 꼼꼼하게 마감되었다

커플 우주복을 입은 남편, 보링비트를 전동드릴에 끼웠다

빙어낚시를 시작하기 위한 첫 단계는

단열재 구멍에 맞춰서 보링비트로
얼음 구멍을 뚫어주는 작업이다


바늘을 넣고 빙어를 꺼낼 수 있는 입구


얼음 구멍을 만들어주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끌로 구멍을 파는 것,
아이스오거로 돌려서 파주는 것,
보링비트를 전동 드릴로 연결해 뚫어주는 것이다


끌 < 아이스오거 < 보링비트
※ 보링비트 : 얼음 천공기, 보통 지름 10~13cm 정도 뚫을 수 있다. 전동 드릴에 연결하는 부위의 길이는 30~35cm 정도 된다.

보링비트로 파낸 얼음 구멍에 빙어를 낚을
준비를 마친 반티타늄 초릿대 낚싯대를 던져

빙어의 기특한 손맛이 느껴지기 전까지

기다림의 시간을 오롯이 즐겨보기로 했다


기다림의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미끼의 맛을 눈치챈 빙어가 기특하게도


톡, 톡, 톡-


자신의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작은 바늘에 입이 걸려 버린 것이다

늘 그렇듯 빙어낚시 첫 시작은 내가,

마지막도 내가 하는 편이지만

비등비등하게 낚을 때도 있고

남편이 더 많이 잡을 때도 있고

내가 더 많이 잡는 날도 있다


화도 내 보고 샘도 내보지만

분노를 내려놓는 방법을 낚시로 배운다

감정의 찌꺼기를 미끼에 던져버리고

멍하니 찌가 움직이기만을 기다리는,

낚시의 유유자적한 기다림을 좋아한다

우리에겐 낚싯대 전용 지지대가 필요하다

낚싯대를 지탱해줄 지지대가 필요함을

느낀 지촌리에서의 두 번째 조행

처음에 왔을 때보다 짐도 늘었고

빙어낚시 채비도 조금씩 달라졌다


텐트 안을 따뜻하게 해 줄 난로도 준비하고

낚싯대는 사이좋게 2개씩 총 4개로

구멍 안에 넣고 빙어가 열심히 낚이길

기대하며 즐빙 타임을 보내기 시작했다

잔뜩 휘어진 반티타늄 초릿대

빙어와는 사뭇 다른 입질에

어떤 어종일까 상상하면서 끌어올렸다

이 물고기의 정체를 아시는 분은 댓글로!

어? 낯선 물고기의 등장으로

적잖이 당황한 나와 달리 그는 태연히

물고기를 떼어내며 말했다


정확한 어종은 모르지만 동자개* 일종 같다고


빙어를 잡으러 왔다가 다른 어종을

마주하고 나니 조금 어색하고 신기했다


※ 동자개 : 빠가사리로 알려진 민물고기 일종

아침부터 시작된 빙어낚시는 피딩타임이

지나고 나니 입질도 차츰 뜸해졌다

이럴 땐 무작정 기다리는 것보다

출출해진 배를 채우고 그다음 피딩타임을 위해

체력을 비축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 산 등유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 위에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빙어낚시엔 역시 라면이 최고!

일회용품 사용은 최대한 자제해야 되는데

생각보다 우리 삶은 일회용 제품이 가득해서

젓가락 세트는 무조건 캠핑용으로 준비했다

버리는 것은 최대한 줄이고

재활용할 수 있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것들로 하나하나 바꿔가면서

겨울 한철에만 할 수 있는 빙어낚시를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하기로 했다

역시 빙어낚시에는 라면이 최고다

국물 버리는 것도 아까워서

이른 새벽에 출발해 먹지 못한 아침을

햇반으로 대신해보기로 했다

뜨끈뜨끈한 국물에 컵라면의 면발이

입 안으로 들어오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평소라면 호호 불어서 천천히 먹었을

컵라면도, 국물도 알뜰하게 긁어먹었다


컵라면의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먹을 만큼 면발을 들어 올려 호로록-

피딩타임이 지나고 나서 가서 마릿수가 아쉬웠다

같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공유하고

빙어낚시라는 하나의 테두리 안에서

라면 하나에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는

우리는 소확행을 찾은 기분이었다

2018년 12월 마지막 주말

우리가 두 번째로 찾은 지촌리는

여전히 맑았고 얼음은 더 많이 두꺼워졌으며

빙어를 낚으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얼음 구멍을 뚫는 소리

썰매 타는 소리, 빙어를 낚아 채는 릴 소리가

탁 트인 지촌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우리는 더 어두워지기 전 짐을 싸기 시작해,

하나씩 가져왔던 짐을 말끔하게 정리했다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지고 주말도 끝나갔다


다음엔 다른 곳으로 포인트를 옮겨

2019년 첫 주말을 장식해보기로 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취미, 생각을 갖고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다가

같은 세계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우리만의 언어로 생각을 논하고

차디찬 얼음으로 가득한 곳에서

시원하게 빙어낚시를 즐긴다


빙어낚시, 하나로 우리는 하나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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