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연습, 사는 연습
1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술래가 고개 돌리기 전에
우린 모두 멈춰야 한다
2
눈 내리던 자정에 불쑥 눈 뜨는 사람이 하나 있다
분홍 리본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이 죽는다 분홍 리본이 매달린 상자에 죽은 사람을 담아서 옮겨 간다
사람들은 달려가고, 어디론가 총에 맞아 죽는 순간만 빼고 다들 어디론가 달려들 가고, 천정에 수두룩한 목숨값이, 둥근 해처럼 뭉쳐 있는 목숨값이 눈에 들어온다 외면하기 어렵다
하늘 쳐다보듯 살아간다는 점에서 거기가 치명적인 것은 대개 묵직하고, 정말로 치명적인 것은 모두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다는 이치를 그때 다시 알게 된다
3
구슬치기 하는 장면이다
어른들이 웅크리고 구슬에 몰입할 때
맥없이 울었고
무턱대고 슬펐고
여전히 나는
도망치고 싶었다 세상에서
치명적이었다 도처에
치매 노인의 속마음을 알고 놀랐다
남자는 구슬치기에서 이겼다
북한에서 도망 나온 여자와
아비를 죽인 여자애는
눈물을 나누어 가졌다
강북구 쌍문동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영학과 나온 남자는 반드시
어떤 벌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저주를 퍼붓다가,
파키스탄에서 온 가장은 마음씨가 착해서
오히려 부러웠다
4
마지막 장면이다
삐뚤삐뚤 눈이 흩어지는 겨울밤이었다 창밖으로
검은 사람 하나 삐뚜름히 길바닥에 쓰러졌고 언 발이 꽁꽁 이었다 노인은 자정을 알리는 괘종소리에 맞추어 새근새근 숨을 거두며
그렇게 돈이 많은데
그걸 다 땄는데
단 돈 만원이 없어서 남에게 구걸을 하던 그 남자는 그래서? 너라면 어땠을까? 하고 내게 묻는 척하였다
그렇게 원했는데
그 돈이 다 자기 건데
피냄새 물씬해서 만지기도 싫은 걸 어쩌냐
그래 이제야 알겠다, 달리기만 죽도록 하고
결코 무엇을 크게 얻어내진 말아야 한다!
땅 속으로 처박히는 일이,
살다 보면 다반사인데, 이 땅에
저 눈 구슬피 내리는 이야기 속 세상에
예/아니오 문제 또 하나 등장한다
“아직도 사람을 믿나?”
나는 내일이 없다 다만 오늘만 충실하면 되니까
아직도 사람을 믿어야지 싶다 또 하루가
시작되었으니까
눈 내리던 자정에 불쑥 눈 뜨는 사람은
그 남자만이 아니라
10시간째 텔레비전 앞에 앉아있는
이제 막 모기를 쫓아내는
너에게 미안해서 죽을 것만 같은
이미 퉁퉁 불어 터진
어쩌면 내 얼굴이다
끝,
암전과 함께 음악 흐른다
*[오징어 게임] 2021년 넷플릭스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