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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가 싱싱합니다

오늘의 어머니

꽃게가 싱싱합니다.

좋다 좋다 하시는 어머니 목소리가 참 좋습니다.


어머니 좋아하시는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코 꽃게인데, 검색해서 말없이 주문을 하면서 혹시 ‘꽃게 드시고 싶지 않으세요?’라고 여쭙는데, 당연하지! 하시네. 당연하지! 당연한 일이 참 많은데 어머니께 꽃게는 당연함의 제일 선두다!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는데 미리 말도 못 하고 그러다가 딱 도착을 했는데 어머니 말씀하시네요. “누가 이런 걸 다 선물을 했니? 세상에 고마워라~”


어머니 생신은 사월초파일입니다. 양념간장에 절여놓은 게장을 밥상에 올리셨어요. ‘어머니, 좋아하시는 걸 알고 맛있게 드시라고 누가 보냈네요. 고맙게.’라고 말하면서 한편으로 참 감사합니다. 어머니 좋아하시는 음식을 여전히 잘 드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이 이렇게 좋은 것. 감사할 일이에요.


어머니는 유튜브를 좋아하십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개통하고 광고도 없이 편히 즐기시라고 해드렸는데, 유튜브 검색하기를 배우신 뒤로는 이제는 혼자 계셔도 유튜브를 보면서 잘 지내십니다.


엊그제는 ‘용두산아~’를 들으시더니 어제부터는 ‘창부타령’을 연거푸 들으시며, 검색만 하면 없는 게 없어서 좋다! 하시는 것처럼 없는 게 없이 다 나오는 스마트한 세상에 심심할 틈이 없으신 겁니다.


접때 어디를 모시고 가는 차 안에서 말씀하시기를, ‘넌 참 좋겠다. 이렇게 좋은 세상에 사니까. 엄마는 다리가 아파서 이제는…’


-어머니 왜 또 그러세요?

-니 아부지가 꿈에 나타났는데…

-꿈에 나오셔서 뭐라 하세요?

-그냥 말없이 빙그시~ 웃고만 있드라…

-웃고 계시다니 참 좋으네요…


어머니, 저는 매일 사진을 봅니다. 아부지 얼굴 매일 봐요. 아부지 목소리 듣고 싶은데 방법은 없고 매일 카드 꺼낼 때마다 봐요. 지갑 비닐 커버 안쪽에 아부지 증명사진 넣고 다녀요. 아부지가 이젠 편안하게 쉬고 계시니까 그냥 마음 좋게 생각하려고 그래요.


나는 이렇게 속으로 말하면서 옆자리에 내 어머니의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운전했습니다.


아니~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

하늘과 높은 사랑~


창부타령을 이렇게 차분하게 들어본 적이 없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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