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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통은 내 삶의 부사입니다

오늘의 문장은 이러하다.


살아갈수록 인간의 어두운 면을 마주할 기회가 늘어나면서 중년의 나이에 이르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바로 사람이다"라는 말을 하게 된다.


(일본어 번역) 生きて永らえる分、人間の暗い面に向き合うことが増えるため、中年になると”世界で一番怖いのは正に人間だ”と言うようになる。



김혜남 선생님의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의 한 부분을 함께 소리 내어 읽었다. 어색한 읽기를 교정하기 위해, 이제 ‘당신의 모국어’로 다시 말하면서 녹음해 보라고 부탁을 하고 그 녹음파일을 여러 번 같이 듣고, 어디가 끊어지는지, 그 말숨의 ‘마디’가 어딘지, 국어와 어떻게 비슷한지를 살폈다. 물론, 나는 현재 ‘국어 읽기/말하기/쓰기’를 가르치는 중이다.


오늘은 우리가 문장을 소리 내어 읽을 때, <휴지>가 발생하는 이유, 그리고 <휴지의 기능>에 대하여 꼬집어 말하면서 특히 ‘부사‘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부사. ‘바로’가 이 문장의 마지막 부사다. 국어사전을 찾아서 읽게 한다.


[부사] 어찌씨. 용언 또는 다른 말 앞에 놓여 그 뜻을 분명하게 하는 품사.


’어찌씨‘라니 참 재밌다. 보통 관형사가 체언을 수식하고, 부사는 용언을 수식한다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데, 용언을 수식하는 말을 ‘어찌씨’라고 하니 매우 솔깃하다. 우리 국어학자들은 매우 슬기롭고 여기에도 우리가 아직도 고전을 곁에 두어야 할 이유가 있다.


일본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의 말처럼, 의지가 분명하며, 물 흐르듯 말의 소리가 자연스럽고 자체로 단단합니다. 그것을 말의 소리값이 투철하다!라고 할 수도 있는데, 자기가 무슨 말을, 왜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거나, 가득 차있다가 거의 무의식적으로 터져 나온다 하더라도 내 말을 듣는 이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이 뚜렷하다면, 사람의 말은 이렇게 모국어처럼 흘러나와야 하겠습니다.


부사는 현재 상태의 앞 뒤를 돌이키게 합니다. 자기 동료 부사를 강조하거나 문장 전체를 강조합니다. 말의 핵심을 강조하여 뜻을 더욱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우리는 자주 말숨을 멈추게 되는데, 사뭇 진지해질 때 더 그렇습니다.


오늘의 고통은 내 삶의 부사역할을 합니다. 어제를 지나 오늘을 견디는 오늘의 나는 내일의 부사형으로 쑥쑥 자라납니다.


월말이니 돈 보내라는 곳은 많은데 돈 들어올 때는 없고 통장의 잔고는 제로일 때 나는 어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것. 오늘의 부사를 찾아내어 오늘의 용언을 곱씹어보는 일.


나는 살아가야만 합니다.

오늘도. 어제처럼. 무럭무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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