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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단어는 행복히!

아버지 생신이다

오늘의 단어


내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그 순간에도 누군가는 가장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을 것이다. 지금 병중에 있는 사람, 지금 마음이 찢어지는 사람, 지금 감정에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 할 말이 많은데 지금 다 할 수 없는 사람에게 평온이 깃드시라!


행복히!라는 단어를 오늘 아침에 읽었다. 이 단어는 새롭다. 안녕히!라는 말은 자주 듣지만. 행복히! 행복히! 하고 몇 번 읊조린다. 행복히!라는 말은 나를 잠깐 숨 쉬게 한다. 굿바이!처럼.


굿바이, 하니까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타키타 요지로의 영화 <굿, 바이>(2008년). 굿바이는 아련한데, 굿, 바이는 뭔가 잠깐 골똘히 생각하게 하였다.


원제가 오쿠리비토(납관사, 염습사)인데 누가 고쳤을까. 굿바이를 굿, 바이로 발음하는 순간 그는 어디를 쳐다보았을까.


2020년 겨울에 영화 <굿, 바이>가 재상연된다는 소식을 듣고 극장으로 달려갔다. 마지막 장면에서 참지 못하고 꺼어꺼억 울었다. 내 아버지 때문이었다. 영화관에는 나 말고 두 명이 멀찍이 떨어져 앉았었다. 그 울음을 원료로 삼고 이듬해 정범철 극작교실 수강신청을 하였다. 총 15회였고, 나는 9쪽짜리 초고를 썼다.


가제는 ‘특수청소부‘였는데, 12주 차 들어서면서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로 희곡 제목을 바꾸었다. 김경주 시인의 시집 제목이었다. 전화를 걸어서 허락을 얻고 나자 마음이 한결, 아니 더욱, 무거웠다. 18쪽으로 부피를 부풀려 실제 소극장 공연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작년 가을이 시작될 무렵, 그 희곡을 다시 읽었다. 그때는 보이지 않던 부분이 잘 보였다. 마음이 아팠다. 어떻게 고쳐야 할지 궁리하다가 잠시 미루기로 했다. 올해에는 다시 모여 리딩을 시작할까 생각해 본다. 행복히!


오늘은 작년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신이다. 어머니는 또, 올해 들어서 세 번째로, 아버지 밥상을 차리셨다. 아버지 없는 자식이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는 아버지께 드리는 영상편지를 찍으시고 몇 번을 돌려보신다. 오늘 점심 식당 ‘서커스’는 쉬기로 하시고.


달려가자! 오늘도 행복히!


#행복히

#아버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굿, 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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