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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모난 불면이다

나는 이토록 무엇인가


불면은 얼마나 사각형일까? 나무상자 종이상자할 것 없이 열광하는 네모난 마음이 모가 난 새벽 책상에 앉아 검은 도화지 같은 창문을 열었다 닫으면서 턱을 괴고 응시하는, 점점 더 불어나는 이자 같은 이 불면을, 그러나 울퉁하고도 불퉁한 이 몸을 맡기고 나는 무척 새벽이다, 무료하거나 늙은 개가 어디를 쳐다보듯이 나는 이 시각에는 무료하거나 늙어가는 개다, 삶에 대하여 살짝살짝 질리고 있는,


지난 새해 첫 연극 <쇄골에 천사가 잠들고 있다>에서 나는 자식을 잃은 통곡이었다. 길바닥에서 아버지를 여의고도 나는 멀쩡하기 일쑤였고, 젊고 푸르른 후배들은 뻥뻥 컵차기를 하는데 나는 후배들에게 멍청 어른이 되기 싫어서 내 심정을 뻥뻥 찼으니 나는 뻥뻥 차인 종이컵인가,


철뭉치로 머리를 후려치고 싶은 나는 고작 밤이었지만 그즈음의 밤을 그만큼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나의 쇄골에도 아비천사가 잠들고 있어서일까, 입을 꽉 다물고 통곡하던 그 장면이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나는 입 꽉 다물고 우는 아버지였다,


지옥에서 혹은 지상에서, 지옥으로 혹은 서커스싸구려관람석으로 개처럼 쏘다니는 내가,


아버지를 입관하고 아버지를 태우고 아버지의 남은 가루뼈를 그 바다에, 연용이가 살고 있는 선재도의 바다 희끄무리한 파도의 손톱 밑에다 눈물을 쥐었다 편 맨 손으로 날릴 때 그 손으로 눈동자를 훔치다 보니까 아버지, 가루가 된 아버지가 내 눈썹에 묻었다, 입술에, 나는 내 입술에 묻은 그 아버지의 뼈 부스러기인가,


나는 연극 연습실에서 가장 슬기로운가 아니면 나보다 투철한 삶의 등장인물이 되어 자주 현실에서 서툰 도망 자였었는데, 그게 작년이었으니까 나는 아직도 도망치며 살고 있는 고작 서툰 작년, 여전히 네모난 불면인가.


나는 잘 모르는 것 투성이

오늘도 새벽이

지나서 이토록 아침이네


나를 이토록 살 수 있게 도와준 이 연극이

다시 무대를 꿈꾼다!


#쇄골에천사가잠들고있다

#불의전차

#10주년기념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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