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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야행성동물

후안 마요르가 희곡

연극 <야행성 동물>,


후안 마요르가의 희곡이 무대에 오른다. 반가운 일이다. 무대 위에서 살아있는 등장인물을 직접 만나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맘이 설렌다. 정든 사람 만나러 나갈 때 그 사람이 자주 하던 말을 떠올리듯이 나는 후안 마요르가의 연극을 보기 전에 희곡을 먼저 읽고 극장에 갔었다. 출판된 그의 희곡을 모두 읽었다는 사실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나는 나 자신을 읽고 있을 때가 더 많았다.


후안 마요르가의 어느 희곡 맨 뒤에, 희곡만큼이나 감동적인 산문이 있는데 2008년 ‘참여교육’이란 잡지에 실렸던 글, <큰 소리로 책 읽으시는 아버지>를 오늘 아침에 다시 읽는다.


집안을 쩌렁쩌렁 울리는 아버지의 책 읽는 목소리를 멀리서 들으며 꼬마이던 후안 마요르가는 딱지치기도 하고 구슬놀이도 하였는데, 그런 아버지에게 글을 배웠고 아버지 책 읽는 목소리로 세상 이야기를 공부해서 어느덧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눈먼 동네 친구를 위해 큰소리로 책을 읽으시는 아버지가 후안 마요르가에게는 삶의 등불이었을 것이다.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여인에게 책을 읽어주는 이야기, 영화 <리더>에서도 성인이 된 남자는 옥중에 있는 여인에게 책을 읽으며 녹음해서 소포로 보내준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아내가 희곡의 대사를 몽땅 읽어서 녹음해 주면 그 테이프를 운전하면서 듣고 다니는 남자의 이야기다.


누군가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은 정든 이에게 나를 읽어주는 일과 매한가지가 아닌가?


희곡 읽기가 내 삶인 것처럼 나에겐 책 읽기 역시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간인데, 문득 사람에게 이야기란 무엇일까? 김영하의 말을 다시 찾아봐야겠다.


잠깐 나의 어린 시절 아버지를 떠올렸다. 다 피우시고 남은 담배값을 찢어서 속에 있는 은박지에 빼곡히 글을 적어서 모아두시던 아버지의 은빛 문장들을. 아버지의 오래된 필체를. 내 안에 여전히 살아계시는 아버지를.


#후안마요르가

#야행성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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