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렇게 날이 흐리고

새로움은 언제나 위대한 축복

오늘의 문장


중요한 단계가 끝나고 새로운 단계가 온다


소리 없이 제멋대로 흘러가던 외국영화를 우연히 곁눈으로 흘기듯 보다가 놀랐습니다 TV 자막이 누군가의 말을 열심히 받아 적고 있었습니다


타로 카드 하나가 화면을 꽉 채우면 데쓰 Death라고 발음하는 그녀의 말소리가 무거운 음악에 질식되듯 사라집니다 마침 할로윈이었습니다


지난 2월 말에 내가 뽑았던 카드 VIII Death, 지금은 누구의 손을 붙들고 무게를 감당하고 있을까 또 누구의 귓바퀴를 깨물며 뭐라고 천천히 말하고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하찮다는 것, 소중하지 않아서 쉽게 버려지는 기억은 얼마나 될까, 묻지도 않았는데 나는 이렇게 대답을 하였습니다


갑자기 ‘중요한 단계’라고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 그건 물론 어디론가 지나가는 하나의 묵직한 단계였을 거고, 새로움이란 언제나 그 중요한 단계가 끝난 다음날부터 시작된다는 말이겠지, 중요함 그리고 새로움이란 말은 뭔가 따스하고 약간은 존중받는 기분이 들어서 난 기분 살짝 좋아졌어,


일하다 말고, 식당 손님에게 공깃밥을 하나 더 갖다 줘야 하고 끝물에 더 맛있는 열무김치도 한 접시 추가로 가져가야 하는데 한번 날아간 시선이 딱 꽂혀서 굳어버리고 온몸이 덩달아 딱 멈춰버렸습니다


우리는 늘 중요한 단계를 지나오지 않았었나요, 모든 순간은 우리에게 너무 중요했지 않았나요, 어느 순간이 마침내 작별을 고하면 또다시 새롭고 중요한 순간들이 눈앞에서 반짝 빛을 내곤 하지 않았었나요, 그러니까 오늘은 중요한 단계의 그다음 단계, 지금 이 순간 역시 우리에겐 아주 중요한 단계가 아닐까요,


하나를 잃어야 다른 걸 얻는다 아니 꼭 그렇더라고 하나를 얻으면 반드시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해, 중얼거리며 누군가 내 옆을 스치는 오늘의 나는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았습니다


금세 고개 숙이고 다시 고개 들고 다시 머릴 숙이고 하면서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을 올리기 위해 극장으로 거의 다 걸어왔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날이 흐리고 이렇게 마음의 양끝을 꼬집어 짜아악 옆으로 잡아당겨지는 것처럼, 거리에는 분주한 사람들이 가득하고 조금조금 늘어난 마음의 통점들 몇 개가 찌르르르 아파옵니다


하지만 새로움은 언제나 위대한 축복!

당신의 평온을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