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쓰는 연습, 기억 연습

김밥


지금도 김밥 한 줄 먹을 때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요. 중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에요. 집이 너무 가난했고 나는 수줍음을 많이 타는 아이였어요. 학기 초에 학부모 상담도 하지 못했고 가정통신문도 부모님 도장받아서 제때 학교에 가져가지 못했고 준비물도 잘 챙겨가지 못했어요. 담임 방창학 선생님이셨는데 그 당시에도 연세가 많으셨던 걸로 기억되는데 지금은 이미 돌아가셨을 거예요. 어느 날 우리 집에 가정 방문 오셨더랬어요. 서울 강북구 삼양동 빨래골 근처 산동네인데, 지금 생각하니까 무허가 판자촌이었던 듯해요. 도시락을 못 가져가는 나를 불러서 오늘은 네 집으로 한번 가보자 하셨는데 우리 집에는 뭐가 있었는지 지금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고 선생님은 방 안에 앉아서 내게 공부 열심히 해라! 그리고 또 무슨 말씀인가를 하셨는데 잘 기억 안 나요. 학교 앞에서 팔던 10원짜리 병아리가 잘 크고 있었는데 선생님을 봤는지 모르겠어요. 그 후부터 나를 대하는 선생님의 태도가 많이 달라지신 것 같았어요. 조금 부드러워진 것 같아요. 학년 소풍 가던 날에는 아무 준비도 못한 나를 가까이 오라고 부르셔서 김밥 도시락을 주셨어요. 반장이 선생님 드시라고 가져온 도시락이었어요. 나는 그 김밥을 두 손으로 받았어요. 내가 김밥을 먹는 장면이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히 잘 먹었을 거예요. 선생님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는 했을 텐데 이상하게 그것도 기억에 남아있지 않고, 그때 무슨 맛이었는지도 전혀 기억나지 않아요. 그래도 잘 먹었을 겁니다. 김밥 좋아했으니까. 김밥맛이야 뭐 늘 똑같은 김밥맛이었겠죠. 다 커서도 김밥을 먹을 때 유난히 맛있다고 느낄 때에는 곧바로 선생님이 떠올라요. 선생님의 웃으시던 얼굴도 생각나요. 수업하실 때 선생님의 뒷모습도 생각나요. 물상을 가르치시던 방창학 선생님,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그런데 분명한 건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도 못했을 거예요. 수줍어서 얼굴이 빨개졌을 거예요. 그래서 무슨 맛인지도 몰랐을 거예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지만 선생님 이름은 또렷이 기억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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