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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쓰는 연습, 우리말 연습

믿음


믿음이란, 마음 한 켠의 작고 단단한 뼈를 가지런하게 내려놓는 상태가 아닐까. 그 발음을 완성할 때마다 왠지 단단한 느낌이다.


믿음이란, 소리 나는 대로 말하면 ‘미듬’인데, 나는 ‘말공부‘를 하려는 이들에게, ‘입말 연습’을 시키면서, 우선 ‘소리 나는 대로 소리 나는 만큼’, 손글씨로 쓰면서 훈련하도록 한다.


미듬지칸 < 믿음직한

미드므로 < 믿음으로


이렇게 ‘쓰는 말’과 ‘하는 말’의 모양이 다르다는 걸 다시 깨닫게 한다. 그런데 ‘의미로 읽기와 음절로 읽기’라는 구별은 잠시 미뤄두고 지금은 일단 ‘믿음’이라는 말을 입안에서 굴려본다.


믿음이란 무엇일까.


믿음! 단단한 돌멩이가 떠오른다. 믿음! 크고 튼튼하게 생긴 자물쇠가 떠오른다. 믿음! 높다란 벽이, 커다란 나무가, 깊고 고요한 강물이, 넓게 퍼지는 구름이, 먼 하늘을 그 막막한 허공을 감당해내는 검은 새들이 떠오른다. 우리가 우리를 위해 마련하던, 이미 잘 알고 있는 그것들이 사실 가끔은 우리를 몹시 괴롭힐 때마다 무참하게 무럭무럭 떠오르고야 마는 것이다.


우리는 평소에 어떠한 믿음을 간직하고 사는 것일까. 우리가 누군가의 믿음을 저버리는 일은 언제였던가. 나는 현재 어떤 믿음을 가지고 살고 있나. 나 자신에 대하여, 내 삶의 주인으로서, 나 자신을 일으키고 지켜주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은 무엇인가. 가만히 생각해 보는 하루다. 또 하루가 다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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