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연습, 사는 연습
오래 멀어지던 사람의 갑작스러운 부고문자가 도착할 때에는 마음 한 구석에다 물웅덩이 하나 마련하느라고 내내 분주하다. 왜 물웅덩이인가? 물이란 꽁꽁 언 마음을 녹이거나 낡고 오래된 마음 씻어주는데 일등이고, 물이 웅덩이로 모여들 때에는 하늘에서 빌어온 커다란 눈동자가 문득 눈을 뜨는데, 그 커다란 눈동자에다가 어제 세상을 등진 사람의 얼굴을 그려보는 일에는 자주 실패를 하고, 뒤돌아서 길을 가던 그 사람의 등어리만 떠올리는 시간, 그 물웅덩이 속으로 그와 나누던 말의 풍경들이 모두 저물어가고, 오래 멈춰 서 있기만 하던 당신의 눈동자 같은 그리움을 동그랗게 남겨놓을 때, 나는 비로소 그 사람을 다시 만난다. 떠나간 후에야 새롭게 알게 되는 사람들은 모두, 어쩌면 소낙비 같은 절망을 몸에 지니고 있던 것은 아닐까. 하염없이 쏟아지는 그해 여름의 장맛비를 떠올리며, 오래 멀어졌던 사람의 부고문자를 읽을 때에는 갑자기 ‘마음비’가 세게 내리네. 마음속에서 무엇인가 둥둥둥 떠내려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