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fus Wainwright
https://www.youtube.com/watch?v=jNQMKsjKYDo
물론 나는 바르셀로나에서 살지 않는다. 나는 지금도 퀘벡에 있고, 몬트리올의 나의 방에 짐을 푼지 이제 세 달째이고 일을 하기 시작한지는 두 달 정도 됐다. 몸이 덜덜 떨리고 입김이 나던 2월과 3월의 추운 날씨는 이제 온데간데 없고 벌써 최고기온 30도에 이르는 화창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니까 여름이 오고 있고 나는 요즘 여름은 돈을 열심히 벌어서 펑펑 써버리기에 정말 좋은 날씨라는 생각을 한다. 선글라스, 모자, 맥주와 와인, 집 근처 카페의 커피와 디저트들, 팀 호튼의 아이스캡과 팀빗들. 아이스크림. 오늘은 드디어 선풍기와 시디 플레이어를 샀는데 이 둘을 옆에 끼고 간만에 브런치 글을 쓰고 있자니 꽤 나쁘지 않은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감격스러운 일이다.
나의 새 친구(중고 용품점에서 샀기 때문에 '새 상품'은 아니지만 '새 친구'라고 부르기에는 적합한) 시디 플레이어는 지금 루퍼스 웨인라이트Rufus Wainwright가 1998년 발매한 동명의 앨범을 재생하고 있다. 몬트리올에 도착한 뒤에야 알게 된 재미있는 사실인데, 루퍼스는 뉴욕 태생이긴 하지만 청년 시절의 상당 부분을 몬트리올에서 보냈다고 한다. 몬트리올 다운타운에 위치한 맥길대학교 졸업생일 뿐만 아니라 이 앨범의 일부도 퀘벡에 위치한 Wild Sky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중고 용품점에서 루퍼스와 그의 동생 마사 웨인라이트Martha Wainwright의 앨범들이 심심찮게 보이는 것이 혹시 몬트리올 사람들의 퀘벡 출신 아티스트 사랑에서 비롯된 것인지 종종 궁금해하고는 한다.
이곳에서 나는 완전히 새로운 일을 시작했는데 가끔은 까다롭고 가끔은 정말 힘들지만 대부분의 퇴근길을 뿌듯하게 걸을 수 있다는 점에 큰 만족을 느끼고 있다. 많은 것을 배우고 있고 나 자신의 변화를 느끼고 있다. 언젠가는 이런 감상도 익숙해져서 감흥 없는 출퇴근을 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느껴지는 것들에 주목하고 기회가 될 때마다 그것들을 기록하는 일이다. 어쩌면 바로 이런 경험('느낌과 기록')을 위해 나는 이 먼 곳까지 온 게 아닐까?
나는 이 곡, Barcelona의 가사를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마지막 몇 줄에 특히 공명을 느끼고는 한다. '여기서 벗어나야겠어 / 어느 반구로 가야할 지 감이 오네 / 필요한 서류를 다 챙겼는지 확인하고 / 여름 옷을 챙겨야지 / 함정을 찾아내려 덧없게도 애썼는데 / 그래야 내 짐 가방을 닫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 / 사라져라, 어른거리는 유령아' (Got to get away from here / Think I know which hemisphere / Make sure I have all my papers / Laying out my summer clothes / Search for traps in vain like scratching / So my suitcase I can close / Fuggi regal fantasi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