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핀휠 Nov 10. 2022

벚꽃과 함께 온 그대

루프탑파티를 열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

우당탕탕 스타트업 일지: 대표와 직원들이 각자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사무실에서의 일상, 일하면서 생기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연재합니다.


안녕하세요, 핀휠 대드리입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문턱에서 다들 건강은 잘 챙기고 계신가요?

오늘 발행할 글의 내용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던 벚꽃 휘날리던 5월의 이야기입니다.




호구박 대표: 장애인들을 취업시키면서 돈도 벌어볼까 라는 생각으로 창업한 호구박사


(글을 쓰려고 하는데 대드리님이 감성이 흐르는 BGM을 틀어주셨다.)


한참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던 지난 5월의 이야기다.


젊고 빛나는 대드리님은 항상 궁금한 것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핵심을 물어보는 능력을 가진 부러운 사람이다. 그런 대드리님이 우리 사업을 좀 명확하게 하려면 우리 고객, 즉 장애인을 만나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었고, 언제 만나게 해 줄 수 있는지 물어봤었다.


만나는 사람의 얼굴의 반을 마스크로만 볼 수 있는 때여서 어딘가 찾아가는 데에 주저하게 되었지만, 고객을 만나야 한다는 그 핵심에는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장애인만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장애인만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자 하는 것도 아닌 우리는 결국 기업과 장애인을 둘 다 만족하게 만들어야 하는 사업을 하고자 하기 때문에 기업도 장애인도 우리에겐 전부 소중했다.


내가 아무리 장애인 복지 종사자였다 하더라도 결국 난 경영 지원에 대한 분야만 주로 수행했던 사회 복지 행정가였으며, 또한 장애인 가족이라 하더라도 내 동생과 내가 만나본 모든 장애인들이 달랐던 것과 같이 모두가 다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래 만나보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기라도 해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업을 수행하고 있던 지난 10개월 간 우리와 함께했던 사람들의 데이터베이스를 찾아보았고, 그중에 우리 휠즈* 육성 과정에 참여했고 근처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최우성’님에게 연락을 드리고 찾아가 보기로 했다.

*[휠즈]는 핀휠에서 진행했던 비대면 무료 교육 프로그램으로, SNS 에디팅을 배워보고 실제로 비영리단체나 비영리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웹포스터나 카드 뉴스 등을 만들어보는 과정이었다. 휠즈 과정을 수료한 분들을 '장애인'이라는 말 대신 '휠즈'라고 부르고 싶어 만들게 되었다.


한참 봄날의 절정이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그날따라 해가 너무 좋았었는지, 비대면으로만 보고 만났던 사람을 실제로 만난다는 생각에 설레었는지, 우성님과 만날 때에는 우리 사무실 근처에서 가장 유명한 김밥집에서 김밥을 함께 싸가서 먹고 싶었다. 마치 소풍을 떠나기 전의 어린아이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새벽부터 눈을 떠 7시에 집에서 나와 8시에 오월의 김밥이라는 김밥집에서 김밥 4줄을 싸서 갔다. (그 김밥이 그렇게 거대하고 크고 두꺼울 줄은 몰랐다)

신난 나머지 김밥을 너무 많이 사버렸다. 이 중에서 일단 4줄만 가져갔다.


대학교로 가는 버스를 타고 움직이는 길 전부에 벚꽃이 흐드러지고, 한 손에는 김밥이 들려있고, 학교 교정 한가운데는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사진출처: 숭실대학교 캠퍼스 갤러리_캠퍼스 사진)


적당하게 쌀쌀한 날씨와 너무 따갑지도 않은 햇살 가운데 마치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았던 곳에서 우리는 우성님과 처음 만나게 되었다.


우성님은 휠체어를 이용하고 있어서 동료(동아리 선배라고 했었다.)가 근처까지 함께 해주었으며 같이 온 친구분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안내까지만 해주고 멀어지셨다. 천진난만해 보이는 우성님과 정원의 벤치에서 앉아 마치 소개팅이었다면 무조건 성공했을 것 같은 분위기에서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휠즈 활동은 어떠했는지, 아쉬운 부분은 없었는지, 학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취업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 별로 안 궁금한 부분은 마구마구 물어봤고, 대드리님이 다 알아서 메모해 주시겠지 하며 대충대충 들었었다. 진짜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변만 남기고 말이다.


우성님은 우리와 어떤 활동이 진짜 하고 싶으세요?” 이게 우리가(내가)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었고, 우성님은 “같이 술 한잔 하고 싶어요”라는 완벽한 대답을 주셨다.


이거였다! 이렇게 술을 함께 마실 핑계를 만들어냈다. 이 소개팅은 성공이었다.


7월엔 대드리님이 안식월을 선언했기 때문에 몇 명이 모일지 불확실한 5월이나 6월엔 잡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사람들을 잔뜩 모아서 놀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바로 8월이었다. 오는 여름 기다려라. 내 함께 할 사람들을 가득 모아 열심히 놀아주마!!




최우성: 휠즈 3기에 참여하였던 대학교 2학년생. 하얀 피부의 소유자로 앳되 보이지만 씩씩한 청년!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코로나 학번이라서 일주일에 한 번 학교를 가고 그 이외에는 모두 집에 있었다. 이게 학생인지 아니면 학생으로 위장한 백수인지 몰랐다.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이 줄어서 방학 때는 휠즈라는 교육 과정도 신청해서 들어보기도 했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몇 달이 지난 후, 교육 때 잠깐 보았던 핀휠 대표님께서 만나자는 제안을 하셔서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아 수락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게 오랜만이라 만나기 며칠 전부터 떨리는 마음이 가득했다.


약속 당일 학교 벤치에서  '힘들어서 못 오시면 어떡하지?', '내가 괜히 제안을 수락했나?' 등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다 와간다는 문자를 받고 열심히 두리번거리는데 저 멀리서 동네 형, 누나 같은 분이랑 눈이 마주쳤다. 다른 직원분들을 보내셨나 속으로 생각을 했으나 자기소개를 하니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하 호호 웃으며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도 날리고 날씨가 만남을 환영하는 거 같았다.


너무 오랜만에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니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길지만 짧은 몇 시간이 흐르고 배웅까지 해주셔서 너무 고마웠다. 너무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어서 또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술 약속을 제안하니 대표님께서 흔쾌히 수락을 하셨다.


그 이후로 빨리 대표님과 술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대드리: 회사의 성과를 위해서라면 나는 참지않긔


사실 나는 우연한 기회로 대표님을 만나 뵙고 입사하게 된 케이스이다. 이런저런 활동이나 동네일에 대한 경험은 조금 있지만, 직장을 경험해본 경험은 거의 없는 나에게 흔쾌히 입사 제안을 해주신 대표님께 항상 감사한 마음이 있다. 그리고 이렇게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의미를 담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하루하루 감사하며 더욱 열심히 일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늘 의욕이 너무 넘칠 때가 있는데, 입사한 후 1~2개월쯤 되었을까? 슬슬 대표님이 그려놓으신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BM)이 이해가 되면서 뭔가 더 개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뭔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고민이 깊어져만 갔다. 경영에 대해 깊게 공부해본 적 없는 나는 주변에 아는 선생님께서 읽어보라고 주신 책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을 열심히 읽어본 후, 당장 해야 할 것 같은 일이 생겨났다.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라!


아, 나는 입사하고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 당시에 가지고 있던 우리의 BM에는 고객이 너무 많아서 당장 잠재적 고객들을 만나기 시작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 같았다. 대표님께 이 말씀을 드렸더니, 만나보자고 말하시면서도 조금 난처해하셨다. 한창 코로나 확진자수가 늘어나서 낯선 사람을 오프라인으로 만나기 어려울 때였다. 연락을 해봐도 답장이 없거나, 만나기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아 결국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만나 들어보는 건 무산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그사이 우린 이사도 했고, 다시 한번 연락을 해볼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렇게 우리 회사에서 운영하던 휠즈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셨던 분들께 한 번 더 연락을 해보았고, 이번엔 여러 명의 휠즈분들께서 응답을 해주셨다(!)


가장 먼저 일정이 정해진 분이 바로 오늘 소개해드린 우성님이었다. 우리 회사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대학교에 다니는 분이라 주중에 만나 뵙기도 편했다. 학교에 나오시는 날 점심시간에 시간을 내어주셔서 만날 수 있었다.


나와 대표님은 신이 나서 김밥도 챙겨가고 가는 길에 까먹었던 생수도 사서 야무지게 들고 갔다. 나는 나름 긴장도 해서 가는 길 내내 대표님께 내가 혹시 실수하진 않을지 물어보기도 했다. 대표님은 걱정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조언도 해주셨다(그게 술 약속만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는 건 윗글을 받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렇게 처음 와보는 캠퍼스 교정에 도착했고, 캠퍼스가 참 넓고 예쁘다는 생각을 하며 걸어 올라가 만나기로 했던 건물 앞에 다다르니 휠체어를 탄 우성님과 우성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분이 눈에 들어왔다. 이야기를 나누던 분은 곧 사라지셨고 우리 셋은 어색한 인사를 나누며 야외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엄청난 수의 학생들이 주변을 지나다니는 풍경에, 나와 대표님은 여느 나이 든 사람들과 같이 "대학생들은 역시 파릇파릇하네요~ 대학교에 다니던 적이 언제인지!"같은 말을 내뱉으며 대화를 시작했다. 우성님은 수줍은 듯하시면서도 우리의 만남을 즐거워하시는 게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 얼굴이 하얀 편이셔서 요정 같은 느낌도 있던 우성님은 벤처중소기업학과에 재학 중이라, 우리가 가진 회사에 대한 고민을 같이 나눠주시기도 하고 우리가 놓치고 있던 부분에 대해서도 아이디어를 주시기도 했다. 


그리고 휠즈 프로그램을 왜 참여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을 많이 못 만나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는 답을 듣게 되었다. 이에 대표님은 제일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어보았고, 우성님은 같이 교육 들었던 분들과 핀휠 식구들이 다 같이 술 마시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대표님은 결연한 의지가 담긴 얼굴로 8월에 루프탑 파티를 열겠다고 말하셨다. 복지관에서 일할 땐 같이 술 마시고 이런 건 못하게 해서 싫었다며, 이제는 마음껏 할 수 있으니 꼭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부연설명까지...


우성님과의 첫 만남이 마무리되고 나는 많은 것을 얻어간 것 같았다. 이전까지는 우리가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을 참여해주신 분들과 어떻게 지속적으로 만남을 이어갈 수 있을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면, 이번 만남을 통해 아주 조금은 그림이 그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대표님이 왜 우리 회사가 커지면 장애 당사자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가자고 했는지도 알게 되었고, 휠체어를 타야 한다는 것이 일상에 어떤 어려움을 가져오는지 전부는 아니지만 조금 알게 되었다.


긍정적인 에너지와 여러 숙제들을 안게 된 나는 그다음부터 만나는 사람들에게 빼먹지 않고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 8월에 루프탑 파티할 거예요. 다들 꼭 오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면접관들이 고도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