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에게 바치는 헌정글
BFN(구 장애일보) 기자단: 장애인과 비장애인 대학생이 2인 1조로 팀을 이루어 함께 장애인과 관련된 이슈를 취재하여 기사를 작성합니다. 취재 기사 또는 체험 수기/칼럼, 인터뷰 등을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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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일보 취재팀에 이어 대외홍보팀이 꾸려졌다. 예정에 없던 포지션이기도 하고 취재를 바라고 지원해준 기자님들에게 죄송한 마음도 들어 피자를 한가득 사서 만나러 가게 되는데...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을까.
- 대외홍보팀을 만들고 싶었던 호구박의 이야기 <나는 그냥 대학생들과 대외활동이란 걸 해보고 싶었다>
- 대외홍보팀을 꾸리게 된 김선비의 이야기 <56명에서 15명으로... 김선비는 착잡하다>
그리고 오늘은 대외홍보팀 멤버들을 처음 만난 대드리의 이야기
대드리: 회사의 성과를 위해서라면 나는 참지않긔
장애일보에 지원자가 많아지면서, 대외홍보팀까지 생겨버렸다.
대외홍보팀은 카드뉴스 제작 등 이미 다른 대외활동 등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어 보는 활동을 해보았던 대학생들로 구성이 되었다. 그렇게 대외홍보팀만의 OT 일정이 잡혔고, 우리는 다 같이 피자를 주문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대외홍보팀을 만나러 갔다.
피자를 들고 등장한 우리의 신난 모습에 적잖이 놀라 보였다. 먼 길을 와준 대외홍보팀 기자님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도 잠시, 우리의 김선비님은 취재팀 OT를 위해 만들어두었던 파워포인트를 열더니 갑자기 연설을 시작하셨다. 사진 속 김선비님의 앞에 노트북이 보이는가. 그렇게 분위기는 쳐져만 가고... 다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하는 표정으로 슬슬 집중력이 사라지던 차에 알바트로 준의 혜성 같은 등장...!
우리는 알바트로 준님에게 이런 매력이 있는 줄 미처 몰랐다.
알바트로 준의 매력이라 함은,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무해하게 다가가는 법을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처럼 엄청난 사교성을 발휘한다는 것. 그리고 대화에서 치고 빠지는 법을 기가 막히게 알고 있다. 툭툭 한 마디씩 거드는 애드립이 꽤나 영향력이 세서 처음 보는 사람들은 모두 저분 누구냐며 꼭 물어보곤 한다. 하지만 이런 알바트로 준의 매력을 우리 세 사람은 미처 잊고 있었다. 일단, 알바트로 준의 드립을 우리가 잘 받아주지 않는다.(미안합니다) 두 번째로, 알바트로 준은 입사 초기에 사람의 눈이 이렇게 호수처럼 맑고 빛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똘망똘망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할 것만 같았달까. 그런데 한 두 달이 흐르더니 그의 눈망울은 점점 칙칙해지고 더 이상 맑은 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은 알바트로 준이 4일간의 제주 여행을 다녀온 직후였다. 오랜만에 보는 알바트로 준의 맑은 눈망울에 내가 외쳤다. "앗!! 알바트로 준님 예쁜 눈이 돌아오셨네요!!" 그리고 정확히 10분 후 그 눈은 사라졌다. (RIP...)
아무튼 각설하고, 대외홍보팀 OT를 핑계로 기자단원들을 만난 이 날은 오랜만에 알바트로 준의 매력이 뿜뿜 발산된 날이었다. 약간 어수선하고 지루하고 어색했던 틈을 알바트로 준님이 멋지게 메꿔 주었다.
한편, 대표님은 대외홍보팀 기자들이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면 디벨롭할 수 있도록 서포트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 같았다. 대표님의 마음이 이해가 가면서도 참 대외홍보팀 기자님들도 어렵겠다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학생 시절 동네 어른들과 일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분들이 나에게 바라던 것도 비슷했다. 자리를 깔아주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주셨다.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뭘 해야 할지,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아는 게 없었고 나에게 주어진 돈과 시간에 비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괴리감과 자괴감이 동시에 느껴졌었다. 그래서 그렇게 좋은 기회가 주어졌었는데 왜 그것밖에 못했을까 자책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핀휠에 와서 느낀 것은 그 모든 게 다 나에게 경험으로 쌓였고, 그저 나에게 필요했던 건 더 많은 시간과 경험이지 않았을까?라는 것이다. 시간과 경험이 모여 그때는 보지 못하던 시야와 통찰력을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요즘 학생들은 자기 주도적으로 할 줄 아는 게 없어~라고 말하는 어른들의 마음도 이해가 되지만, 아는 게 있어야 뭘 하지!라는 대학생들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 그 마음 말이다. 그래서 "여러분이 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라고 묻는 대표님의 얘기를 들으며, 마음이 복잡해져 가는 대외홍보팀 기자님들의 모습을 보니 괜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저도 대학생 때 그런 말 들으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만약에 정말 하고 싶은 걸 모르겠다 싶으면, 저한테도 이것저것 아이디어 있으니까 저랑 얘기 나누셔도 돼요! 너무 부담 가지지 마세요 여러분!!"
하지만 내가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아도 됐을 정도로, 대외 홍보팀 기자님들은 나의 대학생 시절보다 더 멋졌다. 다들 자기만의 경험과 관심사를 토대로 무언가 하고 있었고, 장애일보 활동을 통해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아이디어도 분명 있어 보였다. 필요한 것은 (우리 빼고) 그들끼리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와 시간인 것 같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대외홍보팀은 세 명의 기자님들로 최종 구성되었고, 취재팀이 발행한 기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슈들을 선정해 매주 카드 뉴스를 제작하고 있다. 그리고 뉴스레터를 제작하고 브런치에 발행할 계획을 세웠다.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결과물이 잘 나올 수 있도록 계속 질문을 던지고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기자단활동을 해주고 있는 기자님들을 개별적으로 만나게 되면, 바라는 기자단 활동이 꽤 다양했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이 그렇듯이 단톡방을 통해 의견을 묻거나 질문을 던지면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나만 해도 굳이 사람들이 말하지 않는 단톡방에서 먼저 의견을 개진하거나 열정적으로 말하지 않는데... 프로그램 하나를 운영하더라도 깊은 고민과 다양한 장치를 통해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참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욕구를 실현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고 느꼈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굴러가고 모두가 속에 가지고 있는 말을 꺼내 말할 수 있는 편안하고 안전한 자리를 마련하려면, 주최 측과 운영자가 해야 할 일은 생각보다 더 집요하고 깊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또 깨닫는 요즘이다.
▽ BFN 대외홍보팀 기자님들이 만든 인스타그램이 궁금하다면?
BarrierFreeNews(구 장애일보) 기자단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arrierfreenews/
오늘 글도 짧은 관계로 알바트로 준의 10초 광고 타임이 있겠습니다.
겨울에 제가 진행하는 장애인 취업 특강반을 홍보하러 왔습니다.
매주 장애인 채용정보를 모아 올려드리고, 매일 취업 컨설팅을 해드리며 쌓아온 저만의 노하우를 알려드리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주변에 취업을 앞두고 있는 장애인 지인이 있으시다면 아래 공고를 추천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