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뽑을 때 편>
우당탕탕 스타트업 일지: 대표와 직원들이 각자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사무실에서의 일상, 일하면서 생기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연재합니다.
<이상한 직원들을 모은 이상한 대표의 이상한 스타트업 이야기 1부>
오늘은 지금의 팀원들을 만나게 된 핀휠의 우당탕탕 채용 스토리를 풀어볼까 합니다.
나름 2부작이니 다음주까지 기대해 주세요 :)
(대표님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으시대요.)
호구박 대표: 장애인들을 취업시키면서 돈도 벌어볼까 라는 생각으로 창업한 호구박사
2015년부터 복지 기관, 단체 등의 경영팀 관리자 역할로 일을 맡아서 했었다.
사회 복지는 이직이 잦은 편이고, 새로 들어오는 복지사들이 엄청 많았기 때문에, 구인 공고를 내면 1:10은 기본으로 달성했었다. 일반적으로 복지관에서는 1명의 복지사가 1년에 약 100명의 클라이언트를 관리하는데, 우리 회사는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인원도 없고, 행사도 없고, 기관장(호구박)이 실적으로 괴롭힐 생각도 없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곳은 사회복지사에게 꿈의 직장이었다. 그래서 사회복지사 뽑는다고 구인 공고를 내면 100명쯤 지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사회복지사는 구인 구직에 주로 사용하는 사이트가 2개 밖에 없기 때문에 이 2곳에 공고를 올리면 무조건 많이 올 것이라고, 반드시 온다고 생각해서 구인 공고를 시작할 때는 대드리님에게 매우 자신만만했다.
"아 공고 올리기만 하면 사회복지사들 100명씩 옴"
"사회복지사는 진짜 여기 환경에 비하면 지옥에서 일하는 호구임"
"전화 쉴 새 없이 계속 올 거니까, 우리 이메일로만 지원 받읍시다"
이렇게 자신 있게 이야기하고 아래처럼 공고를 올렸다.
그렇게 자신만만함을 뒤로 한 4월 30일의 성적표는
0명~~(심지어 3번이나 끌어올렸다)~~
끌어올리는 횟수만큼, 이메일에 들어가 지원 상황을 살펴본 횟수만큼 자신감은 떨어졌고, 대드리님에게 큰소리 빵빵 쳤던 그 목소리는 어느새 매우 작아져 있었다.
생각해보니,
우리는 복지사라면 누구나 잘 아는 복지관도 아니고,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NGO도 아니었으며, 심지어 복지사업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곳인데다가, 작년 10월에 생긴 이상하고 듣도보도 못한 기업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 듣도보도 못한 기업이 한국사회복지사협회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 구인공고를 올리다니 나같아도 지원서를 넣기는커녕, 그 페이지를 눌러보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회사에 대한 강제적인 객관화가 진행되고 나니, 대드리님이 왜 대들었는지 잠깐 이해가 될~ 뻔 했지만 대표의 오기로 인정은 안했다. 그래도 도움은 필요했다.
그…. 우리 이제 어떻게 하지?
대드리: 회사의 성과를 위해서라면 나는 참지않긔
이때만해도 우리 회사는 장애인 구직자를 위한 교육과 취업 후 지원을 메인 사업으로 수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경험 있는 사회복지사가 필요했다. 얼른 사람을 더 뽑았으면 좋겠다고 겨울부터 계속 대표님을 졸랐다. 하지만 회사 여건이 있다보니 채용 일정은 계속 늦춰져만 갔고, 4월쯤 드디어 호구박 대표님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채용 공고를 작성하였다.
아 정말 이놈의 호구박 대표님. 정말 이렇게 올려도 사람이 지원을 한다고요?
"절제된 표현으로도 충분히 의사소통을 잘 하실 수 있는 분"
절제된 표현은 뭘까.
"전화 문의는 받지 않습니다"
우리가 뭐라고 전화 문의도 안 받는 걸까.
대표님이 자기만 믿으라며, 자기가 복지관에서 일할 땐 이렇게 올리면 50명은 지원한다고 호언장담하였다.
결과는 0명 지원. 문의도 0명.
나름 우리가 하는 일이 HR과 관련된 일이다보니, 관련 지식을 쌓고자 커뮤니티나 세미나 등을 전전하며 요즘 HR 트렌드를 공부하고 있었다. 마침 올해 HR 트렌드는 채용 브랜딩이었다. 스타트업에선 사람이 얼마나 안 뽑히는지, 요즘 같은 시기에 인재를 찾으려면 자체 채용 사이트는 꼭 있어야 한다는 거다.
와 이거다!
열심히 세미나를 들으며 자료를 조사하고 자체 채용 사이트들을 검색하여 대표님께 보여드렸다.
"대표님!!! 저희도 자체 채용 사이트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핀휠만의 채용 브랜딩이 완성되었고, 나름 멋드러진 채용 사이트도 생겼다.
하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대표님 왜그랬어요를 외치며 만들기 시작했다보니, 나도 실패할까봐 엄청 스트레스를 받으며 몇날 며칠을 머리 싸매며 만들었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하루종일 머리 싸매며 만드는 나를 보며 대표님은 이렇게 힘들어할거면 그만해도 된다고 했다. 아놔.
그렇게 새로운 동료들(내편)을 맞이할 준비는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