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스타트업 세계에서 좋은 동료를 만나는 방법
우당탕탕 스타트업 일지: 대표와 직원들이 각자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사무실에서의 일상, 일하면서 생기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연재합니다.
<이상한 직원들을 모은 이상한 대표의 이상한 스타트업 이야기 2부>
스타트업에서 좋은 동료를 만난다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만큼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한 명 한 명이 더 소중한 것 같습니다.
1부<스타트업 대표가 주로 하는 실수>에서는 복지관에서 흔히 올리던 채용 공고를 그대로 올렸더니 지원자가 0명이었던 웃픈 에피소드를 말씀드렸다면, 2부에서는 채용 브랜딩을 하게 된 계기와 결과를 써보려고 합니다. 인재 채용에 어려움이 있는 스타트업 종사자분들과 HR 담당자분들께 바칩니다.
대드리: 회사의 성과를 위해서라면 나는 참지않긔
채용 페이지를 만드기로 결정하고, 정말 다양한 레퍼런스를 찾아봤다. 취준생이던 시절 간혹 봤던 채용 사이트들이 생각이 났다. 구글에 ‘노션 채용 페이지’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며 여러 스타트업이 만들어놓고 사용 중인 채용 페이지들을 많이 찾아보았다. 채용에 있어 모두가 입을 모아 강조하는 것은 바로 “컬쳐핏”이었다.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일수록 이 컬쳐핏이 중요하다는 것. 아, 같이 일한다는 건 비슷한 문화를 공유한다는 거구나. 깨달음이 온 순간이었다.
왜 우리는 함께 일하던 동료를 떠나 보내고, 새로운 동료를 기다리게 되었을까.
그렇게 새로운 동료가 생긴다면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고민하게 되었다.
제일 중요한 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맛있는 음식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행복하다. 매일 밥을 먹어야 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먹으며 함께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는 시간은 매우 중요했다. 대표님과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맛있는 음식들에 진심이라 향신료도 좋아하고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먹는 걸 즐거워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편식을 많이 하거나 먹는 행위에 그닥 흥미가 없는 분이 같이 계시면 점심 메뉴 고르기도 어렵고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이 쉽지 않았다.
두 번째,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스스로 목적과 목표를 세우면서 함께 회사를, 서비스를, 프로젝트를 만들고 운영할 수 있는 동료가 필요했다. 누군가가 일을 주지 않으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거나, 하고 있는 일을 어떻게 더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는 동료는 매우 힘들었다. 우리는 모두 바쁘기 때문에 누군가를 관리하거나 마이크로매니징할 수 있는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세 번째, 공유하는 사람이었다.
우리 회사는 결재 시스템이나 보고하는 절차가 일체 없다. 복지관에서 오래 일하셨던 대표님의 결정이기도 했다. 불필요한 결재나 보고에 들어가는 종이와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덕분에 의사결정도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서 좋다. 대신, 본인이 무슨 업무를 하고 있는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현재 동료들의 도움은 어떤 게 필요한지를 노션 등의 협업 툴에 공유하지 않으면 이 사람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말로도, 글로도 잘 전달할 수 있는 동료를 원했다.
이 밖에도 대표님과 토론하며 만들어낸 다양한 우리만의 컬쳐핏이 자격요건, 우대 사항, 조직 문화 소개 등에 녹아 들어가게 되었다. 만들 땐 정말 고난이었지만 다 만들고 난 후 정말 뿌듯했다. 물론 이 글을 쓰기 위해 만들었던 채용 페이지를 다시 꺼내보니 그새 바뀐 내용도 많아서 공개하기 부끄러워졌다. 아마 새로 공고를 올리게 되면 좀 더 보완이 될 것 같다. 여담이지만, 현재 홈페이지 리뉴얼 작업을 하면서 기업과 운영하는 서비스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이 작업이 끝나면 드디어 핀휠의 브랜딩도 1차적으로 완성되고 더 많은 분들에게 노출될 기회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우리만의 채용 브랜딩이 완성되었고 오랫동안 같이 일할 동료를 뽑을 준비를 마쳤다.
호구박 대표: 장애인들을 취업시키면서 돈도 벌어볼까 라는 생각으로 창업한 호구박사
머리를 한 가득 싸매 쥐고 채용에 대한 스트레스와 함께 점심 메뉴를 고민하고 있는데, 대드리님께서 불신의 눈초리로 나에게 말했다.
대드리 : “100명은 온다면서요!”
호구박 : “아니… 그게 복지관에 있을 때는 엄청 왔었는데…미안해요….”
“그래서 대표님은 어떤 사람하고 일하고 싶으세요?”
어? 중간 관리자로 일하면서 단 한번도 고민해보지 못한 질문을 대드리님께 받았다.
비영리단체나 복지관에 경영지원팀장으로 있으면서, 모든 인사 과정을 총괄하던 나는 사람을 채용하고, 관리하는 모든 과정에 있어 주관자가 아니었다. 그러므로 사실상
나와 함께 일할 사람보다는 팀 내에서 역량을 발휘할 사람
함께 무언가를 만들기보다는 조직에서 오래 버텨줄 사람
그 사람의 현재 역량보다는 함께 성장하고 클 수 있는 미래 역량이 있는 사람
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대드리님과 함께 하기 전에 3명의 동료들을 만났었다. 한 명은 나이가 비슷한 연륜이 있는 동료였고, 한 명은 복지관에서 소개 받은 이제 막 사회인로서의 삶을 시작해보고자 하는 젊디 젊은 동료였으며, 다른 한 명은 일반 사업장에서 4년 가량을 일해봤던 약간의 경험이 있는 동료였다. (이 분은 대드리님과 비슷한 시기에 와주셨다) 그런데 스타트업은 나와 동료들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사업성에 따라 빠르게 변화해야 했고, 현실에 적응해야 했으며, 한정된 자원으로 한정된 조건에서 무한한 결과를 뽑아내야만 했다.
하지만 초기의 내 사업 모습은 그 때의 동료들에게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함께 이 사업을 키워가고, 고민하고, 의견을 말해주기보다는 대표인 나로부터 주어진 미션을 계속 바라고만 있었다. 변화의 방향을 읽어내야 하고, 실무를 해야 했으며, 때로는 기획자로, 때로는 경영자로, 때로는 교육자로, 때로는 영업 사원으로 여러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했던 나는 새벽 아침에 출근해 새벽 별을 보고 퇴근해도 시간이 모자랐다.
공공 기관에서는 모든 사람들의 그릇의 크기가 다르다 하더라도, 그 그릇의 이름을 붙여주며 다양한 역할을 맡기고 그 성장을 기다릴 수 있었다면, 스타트업에서는 그럴 여유도 사치도 부릴 수 없었다. 그렇게 3명의 동료들을 안타깝게 떠나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복지주의 세상으로부터 나와 자본주의 세상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한계에 몰리는 상황에서 정말 우연하게, 정말 축복처럼, 정말 죽지는 말라는 동앗줄처럼 대드리님을 만났고, 나는 드디어 주변 사람들에게 내 회사가 아니라, 우리 회사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내 회사가 아니야, 우리 회사지 헤헤”
대드리님은 가끔 위의 말처럼 아무렇지 않게 가장 중요한 정곡을 찌를 때가 있다.
“그래서 대표님은 어떤 사람하고 일하고 싶으세요?”
그래서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초반부터 다시 고민했다.
나는 누구와 일하고 싶었던 거지? 누구와 일해야 하는 거지? 누굴 뽑아야 하지?
그렇게 단 한번도 깊게 생각해보지 못한 질문이 나에게 떨어졌고, 진짜 내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찾아야겠다는 사명이 생겼다. 그래서 나와 함께 일할 사람에게 물어볼 자기소개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기존 복지관에서 쓰던 틀을 그대로 가져왔는데, 14년 간 항상 늘 보던 그 자기소개서의 첫 질문부터 그 사람에 대해서 알 수 없었다.
자기소개서 질문
1. 성장 과정
2. 성격 소개
3. 경험 및 특기 사항
4. 지원 동기 및 입사 후 포부
성장 과정을 물어보면 나와 함께 일할 사람을 알 수 있을까? 성격은 솔직하게 써줬을까? 지원자가 쓴 그 경험이 진짜 업무에 도움이 되는 경험일까? 특기는 무난한 음악 듣기나 그런 것을 써주겠지? 동기는? 입사 후 포부는?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을 알 수 있지?에 사로잡혀 버렸다. 그래서 진짜 많은 고민 끝에 아래의 질문이 생겨났다.
1. 나를 가장 잘 나타낸다고 생각하는 동물과 그 이유를 상세하게 써주세요.
2. 살면서 겪었던 일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에피소드와 그 때 느꼈던 감정을 들려주세요.
3. 가장 어려울 때 본인을 위로했던 문장이나, 글귀에 대해서 적어주시고 어떻게 위로가 되었는지 알려주세요.
4. 친한 친구들을 어떻게 만났고, 친구들이 어떠한 친구들인지 자랑해주세요.
동물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어렴풋하게 이 사람을 볼 수 있겠지.
이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겠지.
이 사람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힘든 삶을 살고 있는지 말해주겠지.
끼리끼리 모인다고 하니, 친구에 대해 자랑한다면 비슷한 사람이 오겠지.
이렇게 듣도 보도 못한 자기소개서 질문지가 생겨났고, 나름 흡족한 질문이 생겨났지만, 다른 고민이 생겼다. 그것은 “지원자가 쓴 내용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였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경영팀의 중간 관리자로 있으면서 자기소개서를 중요하게 읽지 않게 된 이유는 써져 있는 내용과 실제 본인의 모습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었다. 근무할 때는 그것이 지원자의 문제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지원자의 잘못이라기보단 질문이 잘못된 것이었다. 지원하고자 하는 사업장에서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모르는데 성장 환경이나, 성격, 특기를 질문자의 의도에 맞춰서 알아서 잘 써줄 사람이 과연 있긴 있을까.
역시 잘못된 질문에서는 잘못된 답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법이다.
하지만 질문을 잘 한다고 해도 어떠한 답변이 올지는 모르는 법이니까, 오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진짜 우리와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인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함께 할 것인지, 이 사람의 진짜 모습, 이 사람이 진짜 원하는 것. 그런 여러가지 것들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대드리님에게 말했다.
“우리 면접 말이예요. 꼭 30분에서 1시간 딱딱하게 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면접 좀 보고 만나서 밥도 먹고, 차도 한잔 마시고, 차 마시면서 1시간 정도 편하게 이야기 하다 보면 우리랑 함께 일 할 사람에 대해서 알 수 있으니까 한 4시간 정도? 어때요?”
오 말하고 보니 너무 괜찮다. 이거 완전 대박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고, 둘 다 너무 신났었다.
친구들에게 우리 회사 면접 어떠냐고 물어 봤을 때
“4시간 면접이면 야 사람 죽겠다” 이런 답변을 듣기 전까지 말이다.
누가 오긴 할까? 제발 와줘야 할텐데….제발요.
다음 편에서는 이런 기상천외한 공고와 자소서 문항을 보고 지원하고 면접도 보고 심지어 합격도 하신 두 분의 스토리를 담아보려고 합니다.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