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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적인 기도

솔직한 기도를 하고 싶다.

by 하루미래

"그러나 솔직히 말하건대 여러 종교를 거치면서 나는 진정한 기도를 드려본 적이 없었다. 부끄럽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절이나 교회에 앉아서 기도드릴 때마다 나는 위선적이 되어 버리고 남이 만든 기도를 흉내 내는 자신을 발견했다."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중에서


나는 세상이 말하는 기독교인이다. 매주 가족들과 함께 교회에 가며 새벽에 큐티(성경말씀 묵상)를 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다.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식사기도를 하고 잠들기 전에 아이들에게 기도를 해준다. 2주에 한 번씩 성경공부 모임에 참석하면서 신앙생활을 열심히 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굳건한 신앙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이 문장을 읽기 전에 단 한 번도 나는 나의 기도가 위선적이라 생각해보지 않았다. 절에서 참선한 적도 없고, 장례식에서 절한 적도 없는 내가, 이 문장에서 느낀 기도에 대한 회의와 '위선'이라는 단어는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혹시 나의 기도가 단순히 형식적인 기도는 아니었을까?'위선'이라는 단어를 떠올린 것 자체가 나의 기도가 진심으로 만들어내는 나의 기도가 아님을 깊이 생각했다. 기도는 내가 신께 드리는 간절함의 언어다. 내가 믿는 하나님께 나의 간절함을 고백하고 감사한다. 기도의 응답이 있건 없건, 기도는 항상 감사로 시작해서 감사로 끝났다.


그런데 나는 왜 이 문장을 통해서 위선이라는 생각과 함께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아마도 내 기도가 남의 기도를 흉내 낸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목사님처럼 기도하고 싶어하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좋은 기도문을 낭독하고 싶은 마음에 '잘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했던 건 아닐까. 이렇게 진심이 담기지 않은 기도는 내게 진정으로 의미 있는 고백이 아닌 그저 징징거림으로 비쳐졌을 것이다.


작가 류시화 님은 수많은 여행과 사색을 통해서 자기만의 기도방법을 찾았던 것 같다. '명상'이다. 그는 명상을 통해서 좀 더 자신을 만나고 스스로의 세계를 깊이 탐구하는 자세를 가졌다. 나도 그래야 할까? 하고 생각을 해봤지만 그건 나의 길이 아닌 것 같았다.


명상을 통해 내 안의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노력은 해야겠지만, 나는 내가 믿는 신, 하나님을 믿는다. 그렇기에 기도를 좀 더 진실되게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성경에는 기도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나온다. "골방에 들어가 혼자 기도하라", "먼저 그 나라와 이웃을 위해 기도하라" 등 기도의 방향성에 대해서 많이 언급하고 있다. 좀 더 깊이 있는 기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선 기도를 하는 나 자신을 좀 더 정확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내가 진심으로, 간절하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나만의 언어로 나의 기도문으로 하나님과 대화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다. 누가 만들어주는 기도문과 문장이 아닌, 내가 삶을 경험하고 느껴온 나의 말로 기도를 할 것이다.


위선적인 기도란 진심을 담지 못하고 단순히 따라하는 기도일 뿐이다. 그런 기도를 피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진정한 기도를 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환경이나 시간, 장소는 중요하지 않을 것 같지만, 실제로 기도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들이다.


이제부터 나의 기도는 더 이상 위선적이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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