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아이들은 물이 최고다
토요일 아침, 아침이라고 하기에는 이른 6시 반,
아이들이 눈을 뜨자마자 나에게 달려와 '토요일'이라고 외친다.
나는 잠도 제대로 깨지 못한 상태에서 멍한 표정으로 '그래'만을 되뇐다.
아이들은 계속해서 '토요일'을 외치면 토요일 아침을 부산스럽게 만들었다.
목욕을 하고 싶다던 아이들의 요구를 당시 피곤하단 이유로
'토요일에 목욕탕에 가자'라고 말해버린 게 화근이었다.
아이들의 기억력은 부모라면 누구다 자부심을 가질 만큼 좋다.
아니, 좋다는 말보다는 '천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가도 든다.
매일 '토요일'만 생각했을게 뻔하기 때문이다.
어른도 한 가지 일에 몰입하고 관심을 가지면 그에 상응하는
기억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아침에 가기에는 조금 억울한 듯해서, 오후에 가자고 했다.
싫다고 하는 아이들을 뽀로로만큼 강력한 '초콜릿'으로 회유하고
가까스로 협상을 완료했다.
목욕탕으로 출발하는 발걸음부터 도착하는 발걸음까지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아이들의 발걸음은 가볍다 못해 날아가는 듯했다.
키즈카페에 가자고 해도 이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
처음으로 데려간 목욕탕이어서 내가 오히려 조금 긴장했다.
아들 둘을 어찌 케어할까 하는 걱정이었지만, 역시나 일어나지 않은
걱정거리는 막상 현실이 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된다.
사람도 많이 없고, 생각보다 쾌적한 환경 그리고 무엇보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탕'은 아이들이 키즈카페보다 좋아할
가장 큰 이유였다. 잠깐의 적응시간을 지나, 아이들은 말 그대로
물 만난 물고기처럼 놀기 시작했다.
[장수탕 선녀님]에서 나오는 잠수, 물장구, 헤엄등 하고 싶은 놀이는
다 했다. 다행히도 다른 사람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다른 누군가가 이었다면
핀잔을 받기에 합당한 상황이었다.
정말 내일이 없을 정도로 에너지를 쏟은 후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키즈카페가 좋아, 여기 목욕탕이 좋아?"라고 물었더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목욕탕'이라고 답한다.
가격, 시간, 위치, 교감, 교육 등 많은 부분에서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는
목욕탕이 키즈카페보다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이들도 목욕탕과 바나나 우유를 더 원하니,
이제는 키즈카페보다는 '목욕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