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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일까? 전통일까?

교회이야기

by 하루미래

주일, 교회에 다녀왔다.

출석하던 교회가 아닌, 시외에 있는 교회에 다녀왔다.


도시를 벗어나 고속도로에 진입하면 주위로 보이는 것은 온통 산이다.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정말 느껴지는 풍경이다.

1시간 30분 정도 운전해서 톨게이트에 내렸다. 함안 근처다.

함안은 인구감소지역이다. 그래서인지 상가를 지나는데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도시의 풍경과는 너무 대조적인 모습이다.

조용하고, 자연이 아름다운 지역. 공기도 맑고 길 양옆으로 예쁜 들꽃들이 피어있는

아름다운 지역이다. 그러나 사람이 없다.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아담한 학교는 이미 폐교된 지 10년이 지났다고 한다.

운동장에는 뛰어놀아야 할 아이는 보이지 않고, 이름 모를 잡초들만 무성하다.

굳게 닫힌 철문은 낮임에도 불구하고 을씨년스러워 보인다.


이렇게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도시에 사람이 왜 살지 않을까?

나 조차도 도시에 살고 있는데, 뚜렷한 목적이 없는 한 이곳에

사람이 유입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 환경과 너무 어울리는 작고 아담한 교회에 도착했다.

교회분들이 매우 반겨주셨고 즐겁고 유익한 예배를 드렸다.

다만, 예배를 드리고 다시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도시에 있는 교회도 사람이 많이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사람이 오히려 늘어나는 교회도 분명히 있다.

본질은 변하지 않았지만, 예배의 방법과 분위기 그리고 설교말씀등

바꿀 수 있는 부분을 지금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어나간

교회들은 사람이 늘고 있는 것 같다.


반면, 여전히 딱딱한 예배방식과 권위를 앞세우는 분위기, 그리고

꾸짖는듯한 설교는 요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 같다.


인구 감소지역에 있는 교회, 사람이 많지 않은 교회.

굳이 오래된 관습처럼 되어버린 예배 방식과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일이 오랫동안 행해졌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프랜시스 베이컨-


베이컨의 말처럼 오래된 것이 무조건 옳은 건 아니다.

김치도 적당히 익어야 맛있지, 너무 익으면 쉬어버린다.

전통은 지켜야 하는 게 맞지만, 본질은 그대로 두고 개선시켜 나가야 한다.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늘 지켜오던 낡아버리고 불필요해진 습관을 지키고 있는 건 아닌지,

케케묵은 관습을 우리 가족에게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지,

불필요한 사회적 통념을 아이들에게 주입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구감소도시,라는 명칭이 주는 무거움이 느껴졌다.

교회분들의 걱정 어린 이야기와 푸념들도 느껴졌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기만 지자체에서는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지자체의 도움과 주민들의 협력으로

다시금 활기가 넘치는 지역이 되면 좋을 것 같다.


"온고이지신"

옛 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깨닫는다.

-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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