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호주에서 발견한 행복

<호주에서 9년 살았다 #10>

by 하루미래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발견의 대상이다.”

<책은 도끼다>


“호주 생활, 어때?”

어느 저녁,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내는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응, 한국보다 훨씬 좋아. 나 요즘… 행복해.”


시드니에 도착한 지 어느덧 100일.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세 달이 흘렀다.
도착 당시의 걱정과 불안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렸다.

우리는 낯선 별에서
의외로 잘 살아가고 있었다.

마치 옛 선조들이 '아메리칸드림'을 꿈꾸었듯,
우리도 '호주에서의 삶'이라는 새로운 꿈을 향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처음 이곳에 올 때, 우리는 가진 게 많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나는 늘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더 아껴주고 싶고,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


주급을 받은 어느 날,
우리는 오랜만에 둘만의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시티까지 나가고 싶었지만
내일을 생각해 근처의 로컬 레스토랑을 찾았다.


늘 가던 한식당 대신,
호주인들이 북적이는 작은 가게였다.
은은한 조명과 백색소음,

와인잔이 부딪치는 소리,

그리고 영어 듣기

어느 것 하나 호주스럽지 않은 곳이 없었다.


내가 아무리 떠들어도
주변에서 내 말을 알아듣는 이는 없다.
그 낯선 공기에,

아, 정말 내가 호주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왔다.

문득 궁금했다.


나는 꽤 만족스러운 요즘인데,
아내도 그럴까?

“여기 생활이… 한국보다 나아?”
다시 묻자, 아내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응, 확실히 나아.”

의외였다.


일은 많고, 집도 없이 방 한 칸에서 지내는데도
한국보다 좋다니…

무엇이 아내를 그렇게 만족스럽게 만들었을까?


아내는 조심스레 속마음을 꺼냈다.
한국에서는 모든 게 ‘부담’이었다고.
친정, 시댁, 주변사람들의 시선,
사소한 네일숍 업무 까지도...

무엇보다 '결혼생활'이라는 이름 아래

늘 작은 압박에 시달렸다고 한다.


반면, 호주 생활은 많은 것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멀리 떨어진 물리적 거리.
누구의 전화도, 방문도 쉽게 오지 않는 이곳.
무엇보다—

여기선 아무도 '우리를' 모른다.

비교도, 기준도, 기대도 없다.


아내는 마지막에 말했다.

“그리고… 남편이 있잖아”

울컥했다.

레스토랑이 더웠는지 눈에 땀이 찼다.

눈치채지 못하게 눈을 비볐다.


내 부족함에 미안함이 앞섰는데,
아내는 나에게 고마움을 느낀단다.
그 말이 너무 고마웠다.


나는 부족한 남편인데,
아내는 나를 ‘있어줘서 고마운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우리는 분명 이곳에서
조금은 힘겹게 시작했다.
하지만, 그게 행복하지 않을 이유는 아니었다.

행복은 늘 '발견의 대상'이니까.


세네카는 말했다.
행복한 삶을 위해선 세 가지 태도가 필요하다고.


건전한 정신을 유지하는 태도,
용기와 인내를 갖는 태도,
그리고 행운의 여신이 준 선물을
감사히 받아들이는 태도.


지금 나는,
행운의 여신이 내게 준 '선물 같은 사람'에게
감사의 태도를 잃지 않으려 한다.


어두운 밤,
스테이크와 파스타는 유난히 맛있었다.
와인은 싸지만 향기롭고,
그날의 공기는 따뜻했다.


그렇게
우리의 시드니의 밤은,
새로운 다짐과 함께
천천히 저물어갔다.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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