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잔 브라흐마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
평상시의 마음이 경박했음을 알았네.
침묵을 지킨 뒤에야
지난날의 언어가 소란스러웠음을 알았네.
문을 닫아건 뒤에야
앞서의 사귐이 지나쳤음을 알았네.
욕심을 줄인 뒤에야
이전의 잘못이 많았음을 알았네.
마음을 쏟은 뒤에야
평소에 마음씀이 각박했음을 알았네.
_ 아잔 브라흐마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중 (류시화 옮김)
잠시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일행과 함께 김포공항 출국장에 들어섰습니다.
평일 이른 새벽 시간임에도 사람들로 붐비었습니다.
대기줄에 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저희 차례를 기다리는데
바로 앞에서 수속이 조금은 지체되고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정도 자녀를 둔 가족으로 보였는데,
귀 기울여보니 아이의 정확한 나이 확인으로 인해 지체되는 듯했습니다.
사실 뭐 이런저런 일로 대기가 길어지기도 하고, 줄이 바뀌기도 하니
평소 같으면 인지하지 못했을 상황인데,
이날의 인지 요소는 직원분이었습니다.
오전 6시 50분 비행기이니
아마도 6시가 조금 넘은 이른 시각이었습니다.
다들 일행들과 반가운 인사, 여행 일정 등 이야기를 나누는
설렘의 시간이었는데 직원분은 좋지 않은 일이 있었을까요.
아니면 너무 이른 시간 업무가 시작되어 피곤했을까요.
약간의 짜증이 더해진 무표정과 퉁명스러운 말투가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더해 “마스크 끝까지 내리시라고요!”라고 쏘아붙이는 불쾌한 어감은
저를 포함한 많은 이들의 설레는 아침을 송두리째 빼앗아 갔습니다.
제주에서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날, 제주 출국장에 들어섰습니다.
마찬가지로 평소 같으면 인지하지 못했을 텐데,
‘아, 줄을 잘못 섰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로 옆 줄에서 체크인을 돕는 직원분이 멀리서도 눈에 띄었습니다.
눈을 맞추며 여행의 안전한 마무리를 응원하는 짤막한 한마디와
미소가 간접적으로 듣는 제 마음까지 평안하게 해주었습니다.
직접 마주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말입니다.
일이 아닌, 가슴으로 전하는 그 작고 짧은 메시지가
크고 긴 울림을 주었습니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구나’
‘자신을 사랑하는구나’
‘나’를 사랑하는 이들은 전염병을 퍼트립니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합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라는 말이 있지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라고도 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을 사랑하시나요?
프로인가요, 아마추어인가요?
행복한 오늘 되세요.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