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동동-세상에서 내가 가장 잘한 일

그 수많은 일 중에 내가 가장 잘한 일.

by 샷샷언니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나는

늘 뛰었었다.



220mm밖에 되지 않는 나의 작은 발은


높게는 18cm,


낮게는12cm힐이 신겨져


언제나 급한 성격 탓에



동동동...



발이 작아서인지 남들보다 더 동동동 거려 보이는 듯한 나.



영국에서 졸업 후, 남들은 취직이 빨리되서 부럽다던

작은 아이리쉬계의 회사를

부모님 몰래 그만두고 사업해보겠다고 뛰어든 게

내 나이 스물 여섯.



두려운게 없을 때여서인지 용감했다.

파트너였던 친구와의 일이

사업성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자 나는

고민 끝에 포기도 빠르게

조금 남은 자본을 정리해서 파트 타임 3개를 뛰었었다.


브랜드 PR어시스턴트

브랜드 세일즈

새벽에는 한국 관련 마케팅 리서치 통번역


무서운 게 없었던 시절이라,

오히려 그 당시에는 경험만이

이 젊고 아무 것도 없는 나라는 사람을 지탱해 주리라

믿었기 때문에

달리고 또 달렸다.


스물 여섯, 무서운 게 없었고

더 위로 더 위로

무언가 구체적인 계획은

세밀하게 없었지만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해서
달리는 것이 힘들었지만, 좋았었다.


스스로 대견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카페인의 힘을 빌어

다니던 3개의 일자리.


맛을 모르고 그저 몸에 부어 마시던 에스프레소가

하루에 4잔에서 많게는 8잔.



너무 피곤해서 점심시간은 주로 직원휴게실에서 엎드려 자는 게 일과였던 시절.

새벽에는 한국 시간에 맞추어 일하느라 쪽잠을 잔 탓에

어느 날은 너무 피곤해서

점심 시간에 ATM기에 잔고 확인 후 카드를 그냥

꼽아 놓고 직장으로 돌아와

비몽사몽 한창을 일하다가 집에 갈 때에야

생각이 난 적도 있었다.

(*다행히 ATM기계가 내 카드를 삼켜서 새로 카드를 발급받았다.)



다행히 나는 돈을 버는 재주는 타고 났던지

어쩌면 무모하리만큼

두팔 걷어부치고 머리부터 들이밀며

도전하는데는 타고났던지


천만다행으로 성실함만은,

누가 뭐라해도

버티는 데는 자신있어서


아니다 싶을 때는

과감하게 우범지대의 고시원 쪽방 같던

쉐어하우스로 자리를 옮기고

수십개의 이력서를 발로 뛰어

주로 쉬어 본 적이 없는.


나는 무모하리만큼

열심히 달렸다.


" 아둥 바둥"


이라는 표현이 딱 맞았던 시절!

무모하리만큼
깡다구 하나로
버텼던 시절.

동동동

누군가 나를 보면
항상 바쁘게 뛰어다니던 내가 생각난다고 했다.
생긴 것도 동글동글
만화책에서 보면 캐릭터들이
달릴 때 다리에 모터를 단 듯이
동글거리는 모양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그런 모양이라고 했다.

나는 나름
바쁘게,성실하게 노력하며 살았던 것 같다.

첫 아이를 낳고나서
처음으로

나는
잠시 멈춰서서

"천천히 걷기"



잠시 멈춰서서
그냥


"이대로 멈춰있기"

처음 해보는 거라 어색하기도 했고

쉬는 게 맞는지 모를 정도로

육아로 정신이 없었지만,
동동거리지 않고
오랜만에 주위를 둘러보며 걷기 시작했다.

가족들과 둘러앉아 딱히 목적이 없는

일상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엄마의 서사적인 합창 대회 연습 이야기를
처음부터 결론을 물어가며 조바심 내지 않고

듣기 시작했다.

엄마의 이야기는

늘 합창 연습을 하러 준비하고 나가는

그 시점부터 시작된다.
횟수가 긴 일일드라마 대서사극을 보는 듯,
성격 급한 나는 늘 언제쯤 사건이 터지려나

귀를 기울이다가
결국은 클라이막스가 없는 잔잔한 일상이야기 라는 것에

" 응 그래서 결론은?"


늘 기승전결 중 주로


그래서 결론만 말하자면 말이지



하고 늘 시작하던 나의 바쁜 삶이었는데,



클라이막스가
인생에 있어야 하는걸까?



처음으로 멈춰선 순간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그렇게
급하고
무엇이 그렇게
더 더
이뤄야 했던 걸까.

이것도 저것도
너무 해야할 것이 많았었던
나.

심지어 쉴때면
한국 드라마보다 미국드라마를 선호한 이유도
단 하나.
그 시간만이라도 영어 감각을 잊지 않기위해서.

시간이 아까웠기 때문에.

남편이 가끔
답답해하면서 이야기하곤 한다.



천천히 해.
누가 안쫒아와.



어머님 기다리시잖아!


천천히 해.
괜찮아. 좀 기다려 주실거야.



그런 정반대의 남편을 만나
나는 숨고르는 법에
익숙해져간다.

그렇게 달렸는데도
돌아보니
결국은
직장인이었던 나.

대기업에 다니는
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였던 나.



나는 뭐지?



멈춰보니
동동동 거린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서...

뭔가 늘 샘솟듯 내안에
가득 찼던 열정이
남들이 이제는
그만하라던 그 열정이,

이제는 내게 짐이라던 그 열정이...

그 열정에 비해
이뤄놓은 것이 없는 것만 같아서.

난 한동안 멍하니
고생을 사서 했던 나의 20대를 떠올려본다.

남들 다 피크닉을 갈 때도 나는 손을 다 베여가며 아르바이트하고

남들 다 놀 때 나는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 그렇게도 부던히 노력했는데,



내가..
뭘 잘못한거지?



잘못하지 않았는데
잘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정도의 열정과 성실함이었으면
뭐가 되어도 되었어야 했다.

이렇게..
평범하기만 한 나를 위해
그렇게 이 악물고 뛰었던 게 아니었더랬다


허망함





한창을 멍하게
거울 속 나를 바라본다.



너 여태껏 뭐했니?




나는 예전부터 나 자신에게
늘 가장 가혹했다.
그래도,
이룬게 없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꿈꿔왔단 나의 화려한 삶에는

한창 .!

못미치는 느낌.

빨래를 하다가 멍하니 유리창에 비친
나를 본다.



너 뭐하니?




동동거리던 내 노력이 허무하다는
생각까지 왔을 때,


심지어,
나 자신에게 어이없이
화가 나기 시작했을때

이유없이
내 노력이 쓸데없었던 것 같아서
눈물이 터지기 일보직전이었을 때

잠에서 깬 아이가 나를 부른다.





아...아.우우 어~마아~~







멍하니
기계적으로 달려간
내 앞에

아이가
활짝 웃는다.

환하게 방긋!




오늘의 나는..

잊어버리고 있었다.

나는 하염없이
우리 아가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며
볼에 입맞추며
옆에서 지켜보는 이 시간에

감사해야만 한다는 것을.


이보다 감사할 일이 있을까.

오늘의 나는,

아빠,엄마와 둘러앉아
클라이막스 없는 옛날 이야기를 하며
친정의 편안함을 즐기는 이 시간이
너무나 만족스러워야 한다.

동동동

내 마음의 동동거림이
잠시 멈춰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조금 쉰다고
뒤쳐지지 않는다.

여러가지 다른 길이
처음으로 내 눈앞에 펼쳐지도록


그대로 시간에 맡겨 본다.


내가 주도하지 않아도 옆의 배경 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빈 공간을 조금 씩 매꾸어 간다.


나는 처음으로
앞이 아닌,
옆도 두리번댄다.

좀 더 멀리 보겠다고
동동동 뛰었는데

좀 더 많이 가지겠다고
동동동 뛰었는데

잠시 멈춰서서
앉아보니
주변이 이미 꽉 차 있다.

아이가 웃는다.
나를 보고 웃는다.
배시시

침대를 보니
남편이
새근새근
주중에 피곤했는지
곤히 자다가
아이가 깨는 소리에
부스스 눈을 뜬다.

눈은 뜨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은데
눈이 감겼다 떠졌다
눈의 중력인지 잠의 중력인지 이기지 못하고

다시금 감기고야 만다.

풋!

나도 모르게 둘을 번갈아보며
웃음이 나온다.







아..
여기 있네
내가 살면서 가장 잘한 일!



나의 동동거림은...

헛되지 않았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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