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도 관심을 끌고 싶어서 걷는 것 빼고 다 한다니까
앨리스 워커 <컬러 퍼플>을 읽고
저는 싸우는 법을 몰라요. 제가 아는 거라곤 그저 목숨을 부지하는 법뿐이에요.
셸리 허리띠 가져와 남자가 말하면
나(셸리)는 나무라고 생각해.
애들은 방 바깥에서 내가 맞는 것을 문틈으로 보고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울지 않는 것뿐이야.
나는 나무니까. 나무는 남자가 무서워.
내 여동생과 남자의 여동생은 싸우라고 하는데 나는 싸우지 않아.
시키는 대로 하지. 그러니까 이렇게 살아 있을 수 있는 거야.
싸우라고 말하고 떠난 여동생은 소식이 없는 것을 보니 아마 어디에선가 죽었을 테지.
나는 이렇게 살아있는걸. 무덤보다 못한 곳이지만.
이 일을 말하려거든 하느님한테나 하라고, 안 그러면 네 엄마가 죽는다고 아버지가 내 살을 찢고 들어올 때도, 배가 뒤틀리며 아기가 주먹을 입에 문 채 거시기를 찢고 나올 때도, 그 아이들을 아버지가 어딘가로 들고 갔을 때도. 나는 싸우지 않았어. 아이들은 아마 어딘가에서 아버지 손에 죽었을 테지.
아버지가 필요 없는 짐짝 넘기듯 나를 이 남자와 결혼시킬 때도 나는 가만히 있었어.
내 아이가 아닌 아이 넷을 돌보고 집안일을 하고 밭일을 하고 남자가 때리면 맞기도 하지.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화가 나거나 그런 기분이 들려고 하면 몸이 아파.
속도 메슥거리고 상태가 아주 나빠지지.
천국은 영원하고, 지상의 삶은 금방 끝날 거야.
셸리는 자신을 억압하는 것에 맞서 싸우길 포기했다. 부모를 공경하라는 성경 말씀으로 학대하는 계부의 행동도 참고 넘겼다. 그러면서 그녀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이 땅에서의 삶은 금방 끝나고 영원한 천국을 기다리며 있는 그녀에게(죽은 듯이) 슈그 에이버리는 셸리라고 이름을 불러 준다.
우리가 보랏빛 일렁이는 어느 들판을 지나가면서도 그걸 알아보지 못하면 신은 화가 날걸.
신은 좋은 걸 함께 나누고 싶어 하니까.
우리는 사랑받으려고 노래하고 춤추고 갖가지 표정을 지어 보이는 거야, 나무들도 우리의 관심을 끌고 싶어서 걷는 것 빼고 다 한다니까. 모든 것은 사랑받기를 원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셸리에게 사랑의 빛을 전해주는 슈그 에이버리.
스스로를 억압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억압당해온 셸리는 폭력 속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고 자기 자신의 권리를 가진 개인으로서 의식화된다.
“내 마누라는 두드려 맞고, 내 여자는 강간당했어..... 총을 들고 가서라도 백인 새끼들을 다 죽여버리겠어.”
백인은 흑인을 억압하고 아버지는 아들을 억압하고 흑인이자 아들인 남자는 다시 여성(아내)을 억압한다.
억압받은 자가 다시 억압을 행한다. ‘최종적 피억압자는 대체로 여성이었다’
하느님조차도 억압의 도구로 사용되는 세상에서 자신의 이름과 목소리와 사랑을 찾는 것.
모든 것을 빼앗기며 살아온 셸리는 자신에게 사랑을 가지고 온 사람(슈그 에이버리)으로 알게 된다.
어디에나 보랏빛이 일렁인다는 것을.
보랏빛은 그녀를 구원하는 빛이다. 억압하는 빛이 아니라.
자유를 돌려주는 빛이다. 가두는 빛이 아니라.
“누구나 살면서 무언가 깨닫기 마련이지”
대등한 관계는 한쪽이 굽신거리지 않는다.
굽신거려야 한다면 감정적인 폭력이 된다.
소설 속 인물들은 억압의 메커니즘을 끊고 서서히 변해간다.
연대함으로 서로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한다.
작가 앨리스 워커는 '영적 포로로 인생을 시작하지만 자신의 용기와 타인의 도움으로 자유를 얻는 사람의 힘겨운 여정'을 탐구했다고 썼다.
<인간과 상징>에서 조지프 L. 헨더슨은 진정한 자유는 기존 가치들의 내적 초월과 그로 인한 새로운 생활의 창조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말한다.
책은 사랑으로 인한 내적 초월과 그로 인한 새로운 생활의 창조를 보여준다.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셸리는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므로 꽃이 된다. 의미 있는 꽃이.
누군가의 이름을 사랑으로 부르는 것은 고통의 사슬을 끊는 시작일 수 있다. 혹은 자유를 향한 비상이거나.
“우리가 보랏빛 일렁이는 어느 들판을 지나가면서도 그걸 알아보지 못하면 신은 화가 날걸.”
“그냥 느긋하게, 흘러가는 것들과 함께 흐르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걸 좋아하면 그게 바로 신을 찬양하는 거야.”
“아버님 머리부터 깨버리세요. 천국은 나중에 생각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