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의 계획

모드 쥘리앵 <완벽한 아이>를 읽고

by 북남북녀

세 명의 추천인의 말이 수록되어 있다.


첫 번째 추천의 말은 김영하 저자

“갇힌 자의 영혼은 누구의 것인가?”로 시작한다. 어떤 출구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철저히 혼자가 되어 갇혀있다고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고 말한다.


두 번째 추천의 말은 <아주 친밀한 폭력> 정희진 저자

남성의 자아에 대한 보고서라 말한다. 타인과 협력과 공감을 거부하고 각자의 성을 짓고자 했던 남성 자아.


세 번째 추천의 말은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저자

폭력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아이의 놀라움에 대해 말한다.


세 저자의 관점이 이토록 다른 이 책의 내용은 원대한 계획을 세운 남자(루이 디디에)와 그 딸(모드 쥘리앵)의 이야기다. 남자는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하고 어느 사이에 세상이 암흑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운이 좋았는지 돈은 조금 벌어서 자신만의 세상을 꿈꾼다. 암흑에서 세상을 구해낼 완벽한 아이를 만들기로.


삼십 대의 남자는 가난한 집 소녀(여섯 살)를 데려온다. 대학교육까지 마친 후 딸을 낳게 한다. 그 딸을 초인이자 구원자로 키워내기 위하여 감금하다시피 생활하며 여러 훈련을 받게 한다. 남자 입장에서는 딸을 완벽한 아이로 키워내는 일이었으며 딸 입장에서는 학대다.(딸이 좋아하는 것은 없애거나 가두고 친절하게 가르치는 선생은 멀리하며 학대하며 가르치는 선생을 가까이 둔다.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기에 지하실에 가두거나 정원에 모든 불을 끄고 집으로 혼자 찾아오게 한다. 딸이나 부인이 웃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된다.)


아버지의 생각(프리메이슨의 고위직에 있으며 영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을 어릴 때부터 교육받은 딸(모드 쥘리앵)은 아버지를 두려워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생각한다.


“아버지가 말하고 생각하는 것, 스스로 행하고 어머니와 나에게도 강요하는 것, 그 모두가, 아버지가 우리를 가두어놓은 이 세상 전부가 사실은 탁월한 통찰력이 아니라 은밀한 고통에서 나온 게 아닐까?”


책 읽기를 통하여 아버지의 허위를 알아가는 딸은 탈출을 꿈꾸기 시작한다.


추천의 말을 쓴 저자들도 놀라고 나 역시 놀란 것은 이 이야기가 소설이 아니라 20세기 프랑스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거다.


같은 이야기를 읽고도 세 저자의 추천의 말이 다르듯이 내가 읽은 이 이야기도 다르다. 내 느낌은 자신의 머릿속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할 때의 무서움이다.




*카슨 매컬러스는 인간의 상태를 간수의 감시 아래 쇠사슬을 차고 노역하는 죄인으로 표현한다.

동물, 음악, 책, 글쓰기는 갇힌 자에게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과도 같다.

몸은 결박되더라도 영혼은 바람을 향한다.



*카슨 매컬러스 <슬픈 카페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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