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또 읽자’가 요즘 머릿속에서 울리는 소리다. 적절한 단어와 정확한 문장, 물처럼 흐르는 듯한 글을 쓰고 싶어서. 마음에 흡족한 글을 쓰고 싶어서.
아이들을, 일상을, 생각들을 만족할 만하게 표현하고 싶다. 보는 모든 것들을,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처럼. 욕심이라도 채우고 싶다고 이글이글 타는 눈빛으로 갈망하고 있다.
“나는 읽는다. 이것은 질병과도 같다.”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네 살부터 읽기 시작했다.
신문, 교재, 벽보, 종이 쪼가리 등 손에 잡히는 대로, 눈에 띄는 대로.
이야기 짓는 것을 좋아하는 어린 시절을 지나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이 저자에게 생겨난 것은
가족과 헤어져 도시의 기숙사에 들어가 이별의 고통을 견뎌야 할 때다.
춥고 배고픈 막사와 수도원의 중간, 정부가 무상으로 재워주고 먹여주는 곳. 10시에 소등해야 했기에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읽고 울면서 잠든 밤 사이에 문장들은 태어났다.(“문장들은 내 곁을 맴돌다, 속삭이고 리듬과 운율을 갖추고, 노래를 부르며 시가 된다”)
정치적으로 연루된 남편으로 소련 치하의 조국 헝가리에서 넉 달 된 아기를 안고 국경을 넘는다. 옷가지와 젖병과 기저귀, 사전이 들어가 있는 가방 두 개를 달랑 들고.
난민으로 스위스에 정착해 시계 제조공장에 다니면서 시를 쓰는 저자. 소련인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할 거라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슬퍼할 필요 없다는 이웃의 말에 저자는 안전하기 때문에 슬프다고 말하지 못한다. 자신의 나라가 아닌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안전하고 아름다운 타국은 사회적, 문화적 사막이라는 것을. ‘통합’이나 ‘동화’라고 부르는 것에 다다르기 위해서 건너야만 하는 사막에 불과하다는 것을(어떤 사람들은 끝끝내 그곳에 도달하지 못한다. 함께 망명 온 사람들 중 한 명은 수면제로 한 명은 가스로 두 명은 끈으로 죽음을 선택한다.)
어린 시절부터 읽기 시작했던 저자는 프랑스어를 쓰는 타국에서는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문맹이 된다. 스물여섯 살에 프랑스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고국에 대한 향수를 품고 어린 시절 이야기를 쓴 <비밀 노트>(<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1부로 번역)는 열여덟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한 문맹의 도전은 성공했다.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어디에서건 어떤 언어로든지 나는 글을 썼으리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작가가 된다. 우리가 쓰는 것에 대한 믿음을 결코 잃지 않은 채, 끈질기고 고집스럽게 쓰면서.”
마르크스주의를 가르치는 기숙학교에서 가족들과 떨어져 이별의 고통으로 쓰기에 대한 욕망이 생겨났다는 저자. 이별에 대한 고통, 정체성에 대한 고통과 아울러 읽을 수도 쓸 수도 없는 타국에서 공장에 앉아 있는 저자를 생각해 봅니다.
안전하고 아름다운 나라에서 사막을 경험하며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고통을 품고 하루하루를 보냈을 저자는 마음 안에 있는 것들을 글로 내보입니다.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을 잡자 그것은 사막을 건너는 무기가 됩니다.
계획한 대로 흘러가는 날들 이신지요. 계획은 멈추더라도 마음은 멈추지 않습니다. 성공이나 실패라는 말보다는 계획이 마음과 얼마나 가까이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사진출처:요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