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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온, 우리 아기

by 북남북녀

엄마는 엄마에게 매일 밤 부탁했어

"엄마, 낮 심부름은 괜찮은데 밤 심부름은 시키지 마."

겨울이면 엄마는 호빵이 먹고 싶다고 내 손에 오백 원 동전을 쥐여줬지. 벌벌 떨었어. 커다란 붉은 벽돌집에서는 음산한 기운이 뻗어 나오고 또각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당장이라도 내 어깨를 움켜쥘 것 같았지.

바람이 불 때마다 달칵달칵, 달칵달칵.

어두운 공터로 나를 데려가려는 그림자들의 움직임 같았어.

그날도 그랬지. 바스락바스락, 달칵달칵.

공터의 움직임에 꼼짝할 수 없었지.

쏘는 눈빛의 검은 고양이가 갑자기 뛰어나와 내 앞에서 사라졌을 때.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어.

쿵 쿵 심장 소리는 계속됐지만.

고막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고 온몸이 얼어붙는 속임수를 그때 알았단다. 밤의 비밀을 말이지.


집으로 걸어가면 된다는 것, 그뿐이라는 것을


이리 온, 우리 아기

떨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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