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을 뒤집어쓰고 언니는 삼일 동안 울었다. 엄마는 언니와 전자제품점에 방문했다. 최신형 워크맨 두 개를 사 가지고 와 너도 이제 필요할 테니, 내 앞에 툭 던졌다. 다른 아이들은 김치 국물 줄줄 흐르게 도시락 싸오지 않아. 엄마는 언니와 대형마트에 방문했다. 동그란 호일은 싱크대 서랍에 넣고, 햄, 미니 돈가스는 냉장고에 넣었다.
“너희 엄마는 젊은가 보다. 우리 엄마는 이런 거 안 싸주는데.”
“나는 네가 싸오는 반찬이 더 맛있어.”
“아니야, 너네 집 반찬이 더 좋아.”
J의 얼굴에 그늘이 진다. 집으로 가는 동안 J는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엄마, 햄이나 돈가스 말고 김치에 그 둥글게 붙인 호박 같은 거 있잖아. 나는 그런 게 좋아.호일도 필요 없어”
도시락 뚜껑을 열자 J와 내 도시락에 똑같은 호박전이 들어있다. 동그란 호일에 감싸여 가지런히 담겨 있는 호박전. J는 말이 없다. 우리는 말없이 도시락을 먹었다. 말없이 집까지 걷고 안녕, 이라는 인사 없이 헤어졌다.
J가 며칠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다른 아이를 통해 교통사고 났다는 것을 알았다.
M, Y, O와 병문안을 갔다. 창가 쪽 침실에 창백한 표정으로 누워 있는 J
“네가 신호등 건너서 걸어가는 거 보고 있었는데, 차가 내 발 위로 지나갔어.”
드르륵 문 열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문 앞에서 뛰어나왔다. 누가 쫓아오는 것처럼 집으로 뛰었다. J의 병실 문 앞에 한 번 더 서 있기는 했으나 나는 문을 열지 않았다.
어느 날 J가 다시 나타났다. 접고 있던 학 백 마리를 투명 비닐에 돌돌 말아 리본을 묶은 뒤 J에게 내밀었다. 너 주려고 접었어. 그 이후로도 오랜 시간 등교와 하교를 J와 같이 했다. J가 침묵하는 날에는 나 역시 침묵했다.
대문을 열고 나온 J의 손에 초록색 알사탕이 있다. 나는 안 먹어. J는 학교로 향하는 길을 성큼성큼 걷는다. 급하게 나는 J를 쫓는다. J가 뒤를 돌아본다. 너는 꼭 그러더라, 주는 사람 생각도 해야지.
누가 무엇을 주든지 우선 나는 받는다. 감사합니다, 인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