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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세다

by 북남북녀

바람이 세다.

철커덩, 창문이 소리를 낸다.

여기저기 박혀있는 높이와 모양이 다른 못 들. 거실 창에 붙여진 노란 해바라기.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싱크대와 틈틈이 자리 잡은 검은곰팡이. 삼십여 년 동안 여러 사람이 머물다 지나간 곳에 우리 역시 잠시 머물 생각으로 들어왔다.


퀴퀴한 냄새가 배어있는 곳에서 아기는 처음으로 앉고, 기었다. 포동포동 살이 오른 흰 살결의 아기를 씻기다가 물바다가 된 겨울과 하루 종일 돌아가는 선풍기로 기어가는 아기를 막기 위해 긴장하며 보낸 여름.


틈새가 맞지 않는 알루미늄 새시가 태풍과 부딪치며 나오던 쇳소리... 에 날아다니는 비닐, 종이, 나뭇가지들


꽃은 두어 번 피어나고 새는 날아오르며 아기는 아기 띠를 벗어나고


흰 꽃무리 속 첫걸음에 터져 나오던 환호성... 과 포탄처럼 떨어져 내리는 흰 물결 아래 마주 잡은 손들. 줄줄 비가 새는 집이라도 우리는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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