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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점프력이란

by 북남북녀

톡톡 빗방울이 방바닥으로 떨어졌다. “엄마 비 새” 소리치면 엄마는 붉은 대야, 파란 대야를 되는 대로 방바닥에 놓았다. 대야 하나에 비새는 것에 관심이 없어진 언니와 동생과 나는 이불을 펴고 잠이 들었다.


언니, 요즘은 가난도 콘텐츠야. 우리 집이 헐렸을 때 내가 막 울었잖아. 그러니까 옆에 서있던 전경이 사탕을 주더라고.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어떻게 하기는, 사탕 받고도 계속 울었지. 내 또래 중에 누가 이런 경험을 해봤겠어. 이런 내용으로 유** 개설해 볼까.


우리 집이 그렇게 가난하지는 않았잖아. 파란색 천막에서 강한 햇살에 땀이 줄줄 흐를 때도 엄마는 푸른색 지폐를 주면서 먹을 걸 사 오라고 했어. 언니와 나는 근처 새로 생긴 쇼핑몰로 달려갔지. 김밥, 쫄면, 만두, 떡볶이. 먹고 싶은 것을 다 사와 상도 없이 둥그렇게 앉아 먹었어. 맛있어, 맛있어 행복해하면서.


임시로 지은 천막에서 지내는 동안이 아니면 언제 그렇게 외식을 해봤겠어. 그러는 중에 엄마는 어디에서 석유난로를 얻어와 천막집 한가운데서 양파를 볶기 시작했지만. 흰쌀밥에 양파 볶음 올려 쓱쓱 비벼 먹으면 고춧가루의 매콤함과 양파의 단맛이 섞이며 맛있었는데.

(엄마 우리 오늘 양파 볶음 해 먹을까?)


근데 언니 몸이 반이 없어졌어. 살 진짜 많이 빠졌다.


물가도 올라 난리인데 살이라도 실컷 빼야지. 다이어트하니까 식비가 줄었어. 살쪄서 못 입던 옷도 다 입으니 얼마나 좋아. 새벽에 창문 닫는다고 일어나다가 쓰러지는 줄 알았다니까. 눈앞이 핑 돌면서 주저앉아 한참 있었지. 학교 다닐 때 조회시간에 쓰러지는 아이들이 그렇게 부러웠는데. 이제야 소원 성취했어.


기억나?

구멍 뚫린 지붕에서 고양이가 떨어졌을 때.

한밤중에 깜짝 놀라 우리 모두 벌떡 몸을 일으켰잖아. 갈색, 검은색 섞인 줄무늬 고양이도 놀라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봤지. 먼저 정신 차린 건 고양이였어. 번쩍 뛰어올라 떨어졌던 구멍 속으로 다시 사라졌으니까. 위기의 순간에 나타나는 고양이의 점프력이란.


줄기차게 비 내리는 날의 가족모임

톡톡 토도독 톡톡

안에서도 밖에서도 들려오는 빗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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