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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유미리 <내가 본 북조선 평양의 여름휴가>

by 북남북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북한에 대해서는 역시나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재일교포 작가 유미리는 북한을 세 번 방문하여 글을 썼다. 사진이 놀라웠다. 벤치에 다정하게 앉아 있는 연인, 배드민턴을 치는 여성들, 공원에 모여 이야기 나누는 청년들, 손잡고 다니는 아이와 아빠. 가난하여 어두운 기운이 가득할 거라는 이미지를 은연중 가지고 있었나 보다. 공원을 산책하고 밝은 표정으로 여가를 보내는 사람들의 일상에 놀라워하다니.


국적이 한국임에도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편안함을 느끼지 못했던 작가는 북한을 방문한 이후에 “마음이 조국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라고 쓴다. “왜 우리말을 배우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을 한국에서 받을 때마다 “나는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닙니다.”작가는 대답한다.


북한을 방문한 이후 작가는 조선어 개인 지도 선생을 찾아 조선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조선 사람들과 통역 없이 이야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사람들,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들이 북한에 있다. 고립되어 있는 마음에 균열이 인다. 오가는 정에 눈물이 맺힌다.


재일교포로 차별적 위치에 놓이며 중학교 때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고 고등학교를 중퇴했다는 작가의 이력.


<세상의 균열과 혼의 공백> 에세이집을 시작으로 <돌에서 헤엄치는 물고기>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가족 시네마> <내가 본 북조선 평양의 여름휴가>를 읽었다.


일본 소설을 다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내게 일본 소설은 편안함이 매력이었다. ‘세상이 어떠하든지 내 즐거움을 포기하지 말자’는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인물들.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에두른다고 할까. 편안하게 읽히도록 독자를 배려하는 느낌이었다.


유미리의 소설은 정신적 충격이 상당했다. 독자를 배려한다, 안 한다의 차원이 아니라 작가의 경험에서 혹은 상상력에서 나온 문구들에 암울한 기운이 가득했다. 출구를 찾지 못하고 갈 곳을 알지 못해 방황하는 인물들. 빵이나 과일에 연연하기에 세상은 어둡고 구원은 멀다.


등산도 마라톤도 중간에 멈춰버리면 다시 움직이기 힘들다. 어쨌든 보조와 호흡이 중요하니, 일정한 보조와 호흡만 유지할 수 있으면, 몸에 앞서 다리가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 준다. 그렇게 되면 다 된 것으로, 아무리 피로하고 아무리 아파도, 다리 자체가 없는 듯이 느껴지고 숨만 남아 있는 것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266p)


쓴다는 것은, 자신의 공동을 응시하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74p)


<내가 본 북조선 평양의 여름휴가>에서


작가 개인의 아픔은 세상 구석, 구석으로 흘러든다. 아픈 혼을 불러내어 말하게 하는 무당에 가까운 사람이 작가가 아닐까, 유미리의 글을 읽으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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