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 싸우는 모험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존 로널드 루엘 톨킨<호빗>
골목쟁이네 빌보씨가 용과 싸우는 모험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그가 살던 집과 식기는 경매에 부쳐지고 있었다. 저렴한 가격으로 빌보씨의 살림살이를 취한 이웃과 그가 살던 호빗굴을 간절히 원하던 사촌은 빌보씨가 살아서 돌아온 것을 기뻐할 수 없었다. 그의 생명으로 그들이 원하던 물건을 마음 편히 취할 수가 없기 때문에.
사람은 악하지 않다. 더할 나위 없이 순수하다.
눈물 흘리는 이와 함께 울고, 웃는 이와 함께 웃는
사람은 보석의 반짝임에 얼굴이 일그러진다.
반짝이는 보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타인의 생명이 단축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난쟁이 대장 스라인의 소린처럼
자신의 생명을 먼저 단축시키기도 하지만.
바람이 내 얼굴을 스치며 속삭이는 말은 놓아주라는 것이다.
생명은 지금도 바람 속으로 흘러드는 중이고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많지 않다고.
이 생명이 모두 바람 속으로 흘러드는 날 남는 것은 없다.
웃음, 눈물, 추억이 공기 중에 남을 뿐이다.
바람이 살며시 다가가 복숭앗빛 뺨에 얼굴을 문지르면 누군가는 기억할지 모르지
웃음 터트리던 날과 부둥켜안고 울던 날들을
라일락 향기 아래 걷던 그 모든 날들을.
일그러진 형상으로 생명을 단축하지 말기를
우리가 모두 바람 속으로 흘러드는 날
남은 것은 없을 테니.
바람의 자비 외에는
용을 없애는 일은 내게 맞는 일이 아니지만, 그것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해 생각해 보겠어요.
<호빗>288p
대기 중의 공기 입자는 아주 오래전부터 변함없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우리는 수천 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과 같은 공기로 호흡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15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