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이 필요해

일상과 읽기

by 북남북녀

진한 미스터리 소설이 읽고 싶어, 말하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이 말은 내게 정신적인 휴식이 필요해라는 말과 같은 뜻이다. 휴식을 위해 읽는다면 기욤 뮈소 책도 괜찮은데. 도서관의 기욤 뮈소 코너를 훑어보니 안 읽은 책은 모두 대출 중이다. 이 작가의 신간은 언제나 대출중이서 일 년 이상은 도서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예약을 하면 되는데 나는 무슨 고집인지 읽고 싶은 그 때 내 눈에 보이는 책을 손으로 직접 뽑아 드는 순간도 좋아한다. 이 무슨 비실용적인 성격인지는 모르겠으나.


요 네스뵈 작가 코너로 옮기니 안 읽은 책 한 권이 꽂혀 있다. 꽤 두툼한데, 요 네스뵈 답게. 뒤표지를 보니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가 아닌듯해서 아쉬움이 있었으나 작가의 익숙한 문체가 보고 싶어 <킹덤>이라고 적힌 짙은 녹색 표지 책을 손에 들었다.


<킹덤> 가까운 곳에 있는 책장을 살피다가 <마리에게 생긴 일>이라는 제목의 이네스 바야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살구색 표지의 책을 뽑고 뒤표지를 보니 <크라임리즈>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스릴러 소설', 에드메 드 라로슈푸코 상 수상이 적혀 있다. 처음 읽는 작가라서 낯선 감이 있었으나 상 받은 작품이니 읽을 만하겠지, 손에 잡았다. <킹덤>에 비하면 얇은 분량도 마음에 들었고, 마감 십분 전이라는 사서의 말도 들려왔다. 토요일, 도서관 마감시간이 여섯 시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롤러코스터 같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공포와 범인을 추정하는 몰입감으로 현실과는 다른 이야기 속에서 즐거워하는 것이 내 계획이었는데. 두 권을 숨 가쁘게 읽어본 결과 완전히 잘못 골랐다. 두 권 모두 사건의 개요는 앞부분에 드러나며(범인이 누굴까 추정할 필요 없이) 답답한 행동을 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쫓아다녀야 했다.


<킹덤>의 주인공이 더 나은 부분이 있다고 한다면, 살인하고 싶지 않으나 살기 위해 살인한다는 것을 인정하며 그 무게를 짊어진다는 것이다. <마리에게 생긴 일>의 주인공처럼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는 환상, 옳다는 환상 속에서 행동하지 않는다.


<마리에게 생긴 일>은 여성 스릴러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한데 여성이라서 가해진 폭력 앞에 한 여성이 무너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에게 공감하기보다는 ‘자신에게 가해진 폭력만 되새기지 말고 현실을 보라고. 조개처럼 입을 꼭 다물고서 내상 입은 자신을 봐주지 않는다고 주변 사람을 모두 가해자로 몰면 어떻게 하냐고.’ 말하고 싶었다.


흠이 없는 여자에게 흠이 생기면서(영혼까지 상해를 입었다는 표현이 적절하겠으나) 자신 포함 모든 것을 파괴하는 이야기가 <마리에게 생긴 일>이라면 고립되고 폐쇄된 생활을 하는 남자가 살기 위하여 자신 빼고 다른 사람을 죽이는 이야기가 <킹덤>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 감상평이라 “낮은 데로 추락하는 모든 것에는 매우 상세한 이유가 있으며, 우리 독자들은 거기에 귀 기울일 의무가 있음을 이 작품은 나지막이 경고한다."라는 <마리에게 생긴 일>의 옮긴이(이현희) 말도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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