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쏟아지는 말

내 까칠함의 정도

by 북남북녀

남편은 꼭 저런다. (내 입장에서는 ‘꼭’, 남편 입장에서는 ‘가끔’ ‘드문’ ‘별거 아닌 일로 역시 예민’) 내 책이 놓여 있는 독서대에 내 노트가 펼쳐진 공간, 내 방석이 놓인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본다. 식탁 한 귀퉁이 나 혼자 정한 내 자리일 뿐이지만.


방금 앉아 밥 먹은 자리도 있는데(그 자리에 남편이 좋아하는 방석도 깔아 뒀는데) 왜 꼭 내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보는 거야, 흘러넘치는 말을 꾹 삼킨다. 이른 아침부터 내 까칠함을 드러낼 필요는 없으니까.


몇 번의 싫은 내색에도 남편이 내 자리에 앉는 이유를 추정해보자면 독서대다. 책을 읽는데도 쓸모 있지만 커피 마시며 핸드폰을 보기에도 유용한 독서대. 독서대 하나 사지 그래,라는 말에 ‘필요 없어’로 응수하는 남편은 틈틈이 내 책이(정확하게는 내 책이 아닌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얹힌 독서대 위에 핸드폰을 놓고 사용한다.


아침 여섯 시 삼십 분. 이제 막 아침식사를 마친 남편은 출근 전 십오 분에서 이십 분 커피를 마시며 아이들이 잠든 조용한 분위기에서 핸드폰을 본다. 방해하지 말자, 저 사람도 이 정도 여유는 있어야지 하면서도 왜 꼭 내 독서대, 내 자리에 앉는 건데 마음은 불편하다.


네 명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의 4인용 식탁에서 내 자리, 네 자리 구분 짓는 것이 우스운 일 같으나 어린아이 두 명이 포함된 이 공간에서도 내 까칠함은 내 자리, 내 공간, 내 시간을 만든다.


책 읽을 때, 노트에 무언가를 끄적일 때 나를 부르는 이가 없는 시간. 새벽 세 시부터 다섯 시, 혹은 네 시부터 여섯 시. 최소 두 시간, 두 시간은 필요하다. 망상하고 공상하고 멍하게 앞을 향하는 시간, 내 물건이 가까이 놓여있어 안정감을 주는 내 공간에서.


엄마, 밥

엄마, 사과

엄마, 간식

엄마, 옷

엄마, 가방

엄마, 양말

엄마, 심심해

엄마, 안아줘

엄마, 책 읽어줘

엄마, 다쳤어

엄마, 머리 아파

엄마, 똥 쌌어


나는 자꾸자꾸 구석진 곳을 찾아든다. 이 구석진 곳에 나머지 성인 한 명이 슬쩍 발을 디디면 내 목구멍에서 그동안 하지 않은 말들이 별처럼 쏟아진다.


쫌! 내 핸드폰이야, 내 자리잖아

쫌! 내 독서대야, 겨우 쉬는 시간인데.

쫌! 성인 둘은 각자 알아서 좀 하자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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