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적인 자아로 서 있기 위해서는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인간의 내면
인간적인 도의는 무시하고 욕정으로 똘똘 뭉친 아버지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
사랑을 쫓아 아버지와 대적하는 첫째 아들 드미트리 표도로비치
이성적인 논리를 좇는 삶을 추구하나 내적인 혼란으로 분열을 일으키는 둘째 아들 이반 표도로비치.
고결한 품성으로 구원을 찾는 셋째 아들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악의로 뭉친 심연' 사생아 파벨 표도로비치 스메르자코프
애정에 명예욕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질투가 인간을 몰아가는 곳.
결핍이 인간을 어떤 방식으로 농락하는지, 기만이 관계를 파괴하는 지점.
무지로 인간을 판단하고 휩쓸리는 대중.
많은 일에는, 정의로워 보이는 일조차도 분열된 사람이, 결핍 가득한 사람이 관여한다. 본질이 일을 추진해 가기보다는 비본질적인 불완전함에서 파생되는 온갖 것이 사건을 만들고 주도해 간다.
채찍에 맞는 사람들.
알 수 없는 채찍에 맞으며 고통스러워하고 혼란스러우며 아파하는 사람들의 혼합체. 그 혼합체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라 부르고 싶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요한복음서 12:24)
신음 소리 속에서 불안한 사람들이 알 수 없는 매를 맞으며 공황상태에서 허우적대는 곳.
이 혼탁한 세상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가 아니라 본질적인 자아로 서 있기 위해서는 벗어나야 하는 것들이 있다.(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죽지 않으면 (진정) 살 수 없는 인간.
명예욕이 가득하여 스스로를 기만하는 귀족 여인 카체리나 보다 사람들의 시선에 개의치 않으며 자신의 욕구대로 행하다가 스스로를 응시하는 천박한 여인 그루센카에게 밝은 인간의 형상이 비치는 것은 내 무리한 해석일 수 있다.
이반(이성)이 쫓는 것이 아니라 알렉세이 표도로비치가 보는 것을 따라 볼 것.
감성은 파괴되고 이성은 분열되며 신성은 구원과 연관된다.
지상의 많은 것이 우리로부터 감추어져 있지만, 그 대신 우리에게는 다른 세계,
드높은 천상의 세계와 우리 사이에 맺어진 생생한 관계에 대한 은밀하고 소중한 감각이 주어졌고, 더욱이 우리의 생각들과 감정들의 뿌리는 이곳이 아니라 다른 세계에 있노라. 바로 그렇게 때문에 철학자들은 지상에서는 사물의 본질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9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