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서 얼어서 날이 거칠어서 아무것도 못했노라고,
얼어붙은 땅이라서 웅크리고만 있었노라고
변명은 못하겠어.
봄동의 이파리를 한 장 한 장 뜯어나가니
흙이 날벌레가 먼지가 물에 씻겨나가
한 겨울과는 어울리지 않는 푸릇푸릇함
좋은 땅이 아니었구나
갈라진 이파리에 거친 질감
두꺼운 두께에 깊은 굴곡
고운 곳에서 자란 반듯한 모양새가 아니라
어떻게든지 땅에 붙어있으려는 납작한 모양새.
길가에 뿌려진 씨는 새들이 쪼아 먹고
돌밭에 뿌려진 씨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며
가시덤불에 뿌려진 씨는 숨 막혀 죽는다는데.
냉기 품은 땅에서 싹 틔워 거친 날씨 뚫고
안에다가는 영양소를 가득 채워 올라온 봄동
인류는 망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거친 환경 때문에 오히려 튼튼해진 사람들이
안으로는 경험과 지혜를 축척하고 있을 테니.
고운 환경이 아니라서 윤이 나지 않고
겉에는 지저분하게 흙이 잔뜩 묻어 있데도.
볼품없어 보이는 모습 뒤로
봄동 같은 기운을 간직한 사람들이 버티고 있을 테니까.
지능이 뛰어나서 지식으로 무장해서
수백만 자산으로 세상이 유지되는 것은 아닐 거야.
봄동 같은 사람들이 견디고, 버텨내기 때문이겠지.
이파리가 찢기고 주변이 돌뿐이더라도
올라오는 가시에 숨이 막혀 오더라도.
어떻게든지 살아남아 푸릇푸릇함을 내보이고
이파리를 키워가는 봄동 같은 사람들.
길가면 어떻고 돌 밭이면 어때
가시덤불이면 어떻고 좋은 땅이면.
봄동은 지금 내 손안에 있고
봄동 같은 사람들은 오늘도 살아내고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