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실한 관계를 이루는 능력
슈테판 츠바이크 <프로이트를 위하여>
프로이트가 궁금했는데 츠바이크의 팬이 되며 읽기를 마쳤다. 물론 츠바이크가 들려주는 프로이트는 대단히, 굉장히 멋진 사람이다. 바로 전에 읽은 <프로이트와 융의 편지>를 보면 꽁하고 옹졸한 사람으로 비치는 경향이 있었는데, 츠바이크가 그리는 프로이트는 어두운 시대의 등불이다.(모든 신경증이 성적 욕망을 억압한 데서 시작된다는 리비도 이론은 알면서도 침묵하는 그 시대의 진실이고 혁명이었다.)
프로이트의 완고함이나 냉혹함, 엄격함은 자신의 과업을 완성하기 위해 프로이트에게는 필요한 부분이었다. 그 당시 프로이트는 리비도 이론으로 학계에서는 퇴출되다시피 한 상황이었고 도덕적인 기만이 판을 치는 사회에서는 매장당하는 분위기였다. 이러한 저항에 굴하지 않는 의지와 용기로, 대담함으로 프로이트는 지하를 뚫고 들어간다. 츠바이크는 프로이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신의 저작물이 프로이트의 영향 아래 있음을 고백한다.
프로이트의 열렬한 추종자였던 융, 아들러, 슈테겔에 대해 프로이트는 변절자라는 단어를 쓴다. 하이네를 빌어 “인간적으로 모자랍니다.”라는 표현을 츠바이크에게 보내는 편지에 적는다.
츠바이크도 이들처럼 결별의 위기가 있었고 츠바이크의 저작물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프로이트가 내비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츠바이크는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프로이트의 의견을 알아들었다는 제스처를 취한다. 츠바이크가 자신의 저작물에 수정을 했든지, 하지 않았든지 프로이트에 대한 츠바이크의 마음은 변함없다. 프로이트의 업적에 대한 생각을 변화시키지도 않는다. 사소한 어긋남은 지극히 사소할 뿐이다. 츠바이크에게 프로이트는 언제나, 변함없이 프로이트다. 프로이트가 자신을 대하는 온도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융이 프로이트에게 직면을 시도했다면 츠바이크는 상대의 전부를 끌어안는다. 의도에 맞추려 상대를 훼손하지 않는다. 끝이 없는 이해심이며 타인과 자신의 경계를 아는 이의 냉철함이다. 프로이트에게 보내는 편지의 서명에 “변치 않을 애정과 존경심으로”라고 적는데 언행일치가 분명한 츠바이크다.
관계가 무르익어가며 1937년 11월 프로이트가 츠바이크에게 보낸 서명에서 “오랜 벗 프로이트”라는 표현이 발견된다. 엄격하고 감정 표출을 제한하는 듯한 프로이트와는 다른 부드러운 표현이다.
“언젠가는 당신에게 애정 어린 따뜻한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화가의 초상화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의뢰인처럼 늘 트집만 잡으려 했던 것은 아닙니다.”라고 츠바이크의 쉰 번째 생일 축하 편지에 프로이트는 적는다. 프로이트라는 완고함(엄격함)을 뚫고 나간 츠바이크의 진실함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전기 작가 역시 정신분석가처럼 전이가 되는 것으로 츠바이크의 저작물을 읽은 프로이트는 표현하는데, 타인을 이해하는 천부적인 재능을 츠바이크는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감정이입 능력이 뛰어나고 깊은 이해심으로 타인을 대하는 츠바이크라는 사람이 스스로 세상을 저버렸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부드러운 심성이 본 것이 생명을 꺼버릴 만큼의 어둠이었다는 것에서.
전이에 대해
의사를 찾아오기 전에 신경증 환자는 사라지지 않은, 실현되지 않은 감정의 찌꺼기를 떨쳐내지 못하고 오랫동안 품고 다닌다. 십여 가지의 증상들을 통해 그것을 이리저리 굴리고, 자신의 무의식적 갈등을 매우 기이한 연극들을 통해 상연한다..., 정신분석가를 만나 비로소 그에게서 주의 깊은 전문적 청중이자 대화상대를 발견하자마자 그는 자신의 짐을 공처럼 의사에게 던지고, 어찌해보지 못했던 감정들을 의사에게 떠넘기려 한다. 사랑이든 미움이든, 그는 의사와 어떤 특별한 '관계'에, 즉 강도 높은 감정 관계에 빠져들어 간다. 이제까지 가상세계에서 의미 없이 경련을 일을 일으켰던 것, 결코 완전히 풀어놓을 수 없던 것이 마치 사진판에 상이 맺히듯 처음으로 포착된다. 이 '전이'와 더불어 비로소 정신분석적 상황이 주어진다. 이것을 하지 못하는 환자는 이 치료에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다시 말해 의사가 환자의 갈등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생생한 감정적 형태로 자기 눈앞에 전개되는 것을 보아야 한다. 즉 환자와 의사가 그것을 공동으로 '체험해야'한다.
<프로이트를 위하여> p138